프랑스 정치권이 ‘48시간’ 게임에 돌입했다. 지난 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압승을 거둔 가운데 중도파 및 좌파가 결선 투표에서 RN의 돌풍을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결선 투표를 위한 후보 등록 마감일은 2일이다. 그 전까지 중도파 및 좌파 간 치열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BBC,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전했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RN은 33.1%의 득표율을 거두며 승리를 거뒀다. 좌파 연합체 신민중전선(NFP)은 28%를 득표해 2위를 차지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범여권인 앙상블은 20%를 득표해 3위를 기록했다. 공화당은 6.7%를 득표했다.
전문가들은 RN이 다수당에 오를 가능성은 좌파 및 중도의 손에 달렸다고 봤다. 프랑스는 1차 투표에서 득표율 50%를 기록한 후보가 없다면, 12.5% 이상의 득표율을 얻은 후보자가 결선 투표에 진출해 승부를 가린다. 결선 투표에서는 득표율과 상관없이 최다 득표자가 승리를 거머쥔다.
FT의 집계에 따르면 오는 7일로 예정된 결선 투표에서 3자 투표가 이뤄지는 지역구는 300개 이상에 달한다. 중도파와 좌파 후보자 모두가 결선투표에 진출한다면 표가 분산되면서 RN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커진다. 그러나 표 분산을 막기 위해 중도파와 좌파가 3위 후보를 기권시키고 후보를 단일화해 'RN vs 중도 및 좌파' 양자 대결로 구도를 잡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로 인해 BBC 등 외신은 앞으로 48시간이 프랑스의 정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봤다. 결선투표를 위한 후보 등록은 2일까지 마쳐야 한다. 그 전까지 중도파와 좌파가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BBC는 “48시간 동안의 회담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결과에 큰 변화를 몰고 와 RN이 의회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NFP 소속 정당인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사회당, 녹색당, 공산당은 소속 후보가 3위를 기록한 지역구에서는 결선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극좌 LFI를 이끄는 장 뤽 멜랑숑 대표 역시 자기 정당의 후보가 3위이고, RN이 선두에 있다면 결선투표에서 물러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극우 세력이 국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도파 정당들은 약간 다른 입장을 보이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측근인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연설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RN이 2차 투표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해, 나라를 통치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는 공화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는 선거구에서만 단일화할 것”이라며 극좌인 LFI에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앙상블에 속한 호라이즌스당의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 역시 “RN이나 LFI 후보에게 투표해서는 안 된다”며 소속 후보가 3위를 했더라도 LFI 후보가 없는 경선에서만 기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