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과 학업성취도 성적 평가와 같은 교육데이터가 100% 개방된다. 교육 자료를 개방해 정책 연구 등에 사용하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고교 서열화' '사교육 조장'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교육부에 따르면 수능 성적과 학업성취도 등 그간 비공개였던 교육 데이터가 연구 목적에 한해 개방된다.
앞으로는 시험 시행 연도를 기준으로 3년 후 기초지자체 단위 성적자료까지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초·중·고등학교별로 과목별 수준별 학생수·비율, 척도점수 등 학업성취도 정보를 제공한다. 수능 자료는 학교별로 과목별 응시인원, 과목별 표준점수 평균, 과목별 등급 비율을, 학생별로 과목별 표준점수,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까지 공개된다.
폭넓은 데이터 제공을 기반으로 정책연구가 활성화하면 증거 기반 교육정책 수립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교육부는 기대하고 있다. 또 학생 개별 맞춤 공교육 서비스와 진로·진학 정보에 대한 접근성 제고를 통해 궁극적으론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민·관 협력을 통해 공공과 민간에서 보유한 데이터의 결합·활용을 확대하고 사회문제 해결 등 시너지 창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민간 협력을 강화하고, 신규 서비스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와 시민단체는 교육데이터 전면 개방 발표에 '학교서열화'를 우려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시·군·구까지 '쪼개기'식으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개방함에 따라 기초자치단체는 물론 학교별 경쟁과 사교육 과열 현상 또한 더 심화될 것이라는 이유다.
전교조를 비롯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교육희망네트워크,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등 331개 교육·시민단체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지금 당장 수능 데이터 공개 방침을 철회하고 공교육 정상화 방안 마련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고등학교와 학생의 수능 성적을 시·군·구 단위까지 100% 공개하면 '교육데이터 개방 및 활용 확대로 정책 연구 활성화, 맞춤형 공교육 서비스 제공, 사교육비 경감에 기여'할 것이라는 교육부 의도와 달리 '고교 서열화 강화'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 수능 원자료가 고교 서열이라는 대중적 호기심을 만났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최악 상황을 이미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교육부가 서약서를 작성한 국회의원에 한 해 수험생 개인정보와 학교명은 삭제한 채 232개 시·군·구별 5년간 수능성적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한 뒤 언론을 통해 수능 성적 상위 100곳 명단이 서열 순으로 공개된 바 있다.
이어 "이번 조치는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 등 특권 학교를 부활시킨 윤석열 정부 정책과 함께 고교 서열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무분별한 학생·학교 데이터 공개를 통한 경쟁 교육 강화가 아닌 공교육 정상화다. 과정이 아닌 결과만을 연구하는 교육데이터 개방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