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대표 노후단지 미주아파트가 재건축 조합 추진위원회 설립을 본격화하며 재건축 사업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 1978년 준공된 미주아파트는 청량리역 바로 앞에 위치해있으며, 청량리 내 유일한 재건축 단지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인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동대문구는 지난 14일 청량리미주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 동의서 연번을 부여했다. 정비구역 지정 후 조합설립추진위 구성 동의서 연번 부여는 정식으로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율을 걷는 단계에 왔음을 뜻한다.
1978년 준공딘 미주아파트는 청량리 일대에서 가장 오래됐고 규모가 큰 단지다. 재개발 구역이 대부분인 청량리에서 사실상 유일한 재건축 단지로 꼽히기도 한다. 현재 전용 86~177㎡, 총 8개 동, 1089가구로 구성됐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10개 동, 35층 이하, 총 137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가구 대부분이 중대형 면적으로 가구당 대지지분이 높고, 청량리역 바로 앞 초역세권이라는 점은 가치 상승 요소로 평가된다. 하지만 기존 14층에 용적률이 220%로 높은 편으로 사업성이 높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토지용도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이라 청량리 일대 초고층 주상복합이 신축되는 것과 달리 고층 주택으로 건설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에 소유주들은 추진위가 설립된 후 역세권 준주거지역 상향을 준비할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이 이제 첫 발을 떼는 단계여서 아직까지 매물 가격에 큰 변화는 없는 분위기다. 미주아파트 전용 101㎡ 10층 매물은 지난해 8월 11억원, 지난 1월 10억1000만원에 매매됐는데 지난달 9일에는 9억7500만원으로 떨어졌다. 청량리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아파트값 상승세라고 하는데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미주아파트 거래는 거의 안 되고 있다"며 "전용 101㎡가 10억원에 팔릴까 말까한 분위기인데도 2021년엔 14억원까지 오른 적이 있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쉽게 못 내리고 있다 "라고 전했다.
미주아파트는 지난 2018년 정비구역 지정을 신청, 2020년 1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았지만 1~4동과 5~8동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사유지로 남아있는 문제로 사업 추진이 더뎠다. 그러다 서울시가 단지 내 도로를 그대로 두고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2022년 12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서울시는 단지 인근으로부터 청량리역으로 접근이 쉽도록 공공보행통로와 공원 등을 공공기여분으로 받게 된다.
지난해까지는 동대문구가 추진위원회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조합설립을 하는 조합직접설립제도를 추진했으나, 소유주 동의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좌초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07~2008년에도 조합 설립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한편 청량리 일대는 천지개벽이 한창이다. 청량리6구역과 8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앞두고 있으며 제기4구역과 제기6구역은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주, 철거를 진행 중이다. 청량리7구역(롯데캐슬하이루체)은 지난해 8월 착공에 들어갔다. 이미 청량리4구역은 65층의 초고층 단지 '롯데캐슬 SKY-L65'로, 청량리3구역은 '효성해링턴플레이스(40층), 동부청과시장 부지는 '한양수자인 그라시엘(58층) 등으로 바뀌었다. 진행 중인 정비사업 현장이 완공되면 청량리 일대는 10개 노선 지나고 신축단지 1만 가구 들어서는 주거지로 재탄생한다.
대형 교통호재도 많다. 현재 청량리역은 1호선과 수인분당선, 경춘선, 경의중앙선, KTX 강릉선 등이 지나는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과 C노선, 강북횡단선, 면목선 등이 추가로 신설되면 10개 노선이 지나게 된다.
다만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사업이 극초기단계인 만큼 재건축은 앞으로 15~2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기간이 길고 사업이 원만히 진행될지 장담할 수 없어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