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 개편을 적극 추진 중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20일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감세 정책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여당은 현행 최고 50%인 상속세율을 대폭 인하하는 방안 등을 유력하게 검토해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세제 개편 의지를 줄곧 천명해 온 만큼, 당정이 22대 국회에서 민생 정책 이슈를 선점해 중산층 지지를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획재정부 관계자와 세제 전문가 등을 초청해 상속·증여세 개편 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특위 위원장인 송언석 의원은 "우리나라 세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계속 이어져 왔다. 대표적 사례가 상속세"라며 "50%에 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과 24년째 변함없는 과세표준 구간, 28년째 10억원으로 묶인 공제 한도 등이 문제점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이날 기업에 적용되는 상속세율이 높은 탓에 폐업률이 증가했고, 기술 유출과 고용 불안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인의 경우 중산층이 직계 자손에게 주택을 상속할 때 지는 부담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 의원은 "중산층 또한 서울 시내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힘들게 마련한 집 한 채를 자녀에게 물려주려면 수억원의 상속세 부담을 져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불합리한 상속세는 기업 경영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상속세 시행국 중에서도 세율이 높은 편이므로 적정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고 2000년 이후 유지돼 온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특위는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 △상속세율 및 과세표준 구간 조정과 공제액 상향 △유산취득세 도입 △사업 승계 대상 확대 △최대주주 할증과세 재검토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확대 △공익법인 세제지원 등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다만 특위는 대통령실이 지난 16일 상속세율을 30%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선 입장 개진을 유보했다. 송 의원은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장 세율을 대폭 인하하는 것은 애로사항이 조금 있는 것 같다. 결정은 못 했다"며 추후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특위는 오는 27일과 다음 달 4일 정책 토론회를 잇따라 열 예정이다.
그러나, 당정의 적극적인 세제 개정 방침에도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려면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거쳐야 하지만, 이번 국회에서 108석에 불과한 여당이 자력으로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어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실질적인 법안 통제권을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종부세·상속세 개편을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있어 법안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은 2019년 대비 2.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세는 과거 소수의 부자들만 내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최근 급격히 상승하며 과세 부담이 중산층까지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