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상대로 일명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가 2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된 업무상횡령 혐의는 무죄로 뒤집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김용중·김지선·소병진 부장판사)는 19일 구 전 회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과 같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기부금 송금 시점을 횡령 시점으로 기소했는데, 이 사건은 통상 부외자금 조성과는 달리 먼저 자금을 마련하고 사후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며 "이렇게 보면 사후 대금 지급을 횡령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번 사건에서는 피고인들 사이에 공모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매입한 뒤 이를 되팔아 3억3790만원 상당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 전 대표를 기소했다. 비자금을 100만~300만원씩 나눠 KT 임직원과 지인 명의로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한 혐의도 받는다. 구 전 대표 명의로는 국회의원 13명에게 1400만원이 후원금 명목으로 전달됐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를 분리해 구 전 대표를 약식 기소했고 법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 업무상횡령 혐의로 벌금 500만원 등 약식명령을 했다. 구 전 대표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구 전 대표 등은 회사 자금이 정치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1심(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은 "구 전 대표 등은 KT의 대관 부서인 CR부문 임직원 부탁을 받고 법인 자금을 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으로 기부해 횡령했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구 전 대표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약식명령에 불복해 열린 정식재판에는 피고인이 선고일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검찰은 '쪼개기 후원'과는 별개로 KT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전·현직 KT 임직원 등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겼다. 구 전 대표는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됐지만 무혐의 결론이 났다.
KT그룹은 2020년 발주업체를 기존 KT에스테이트에서 KT텔레캅으로 교체했다. 검찰은 새로 발주업체가 된 KT텔레캅이 기존 KDFS 등 4개 업체에 하청을 주던 일감을 KDFS에만 몰아줬다고 보고 있다.
다만 검찰은 구 전 대표가 2020년 하청업체 KSmate에 계열사 전 임원을 선임하도록 지시해 경영에 간섭한 혐의(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가 있다고 보고 신현옥 전 KT 경영관리부문장(부사장)과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