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청각장애 K-팝 아이돌그룹 빅오션의 데뷔를 축하합니다. 장애에 대한 장벽과 사회적 편견을 넘어선 것에 경의를 표합니다. 당신의 음악이 많은 이에게 희망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장애인의 날'인 지난 4월 20일 빅오션을 향해 보낸 축사다. WHO 사무총장이 한 국가 아이돌 데뷔를 축하하는 것 자체도 드문 일이지만, 청각장애인이 노래하며 춤을 추는 아이돌이 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은 지난 4월 20일 MBC 쇼!음악중심에서 'GLOW(빛)'를 부르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각 멤버는 음성 언어는 물론 한국어와 영어 수어 등으로 노래하고 춤도 춘다. 이들의 데뷔 영상은 MBC Kpop 댓글수 1위, 조회수 3위를 기록했다. 빅오션은 국내를 비롯해 미국, 북유럽, 동남아 등 글로벌 팬덤이 형성되는 추세다. 데뷔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지난달 15일 빅오션의 틱톡·인스타그램·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 수는 65만명을 기록했다. 댓글 수는 2만4188%(6월 13일 기준) 급성장했다.
청각장애가 있는 이들이 무대에서 노래에 맞춰 '칼군무'를 완벽히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정보기술(IT) 덕분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은 일상대화도 어려운 이들에게 노래까지 완벽하게 해낼 수 있도록 돕는다. 빅오션의 세계관은 바다와 우주다. 바다와 우주에서 서로 수신호를 이용해 소통하듯 AI 등 최신 기술을 이용한다는 점이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우선 이들 멤버는 인공와우와 보청기 등 청각 보조기기를 착용한다. 인공와우는 귀의 안쪽 부분인 '내이' 대신 청신경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소리를 듣게 해주고, 보청기는 소리 세기를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놓치는 소리는 손목에 찬 진동 메트로놈과 플래시 라이트 메트로놈이 보완해 준다.
정확한 음정을 알기 어려워 당장 라이브 가창은 어렵다. 하지만 음원 제작을 위해 랩과 노래를 직접 부르고 이 목소리를 AI가 딥러닝한다. 이후 가이드 보컬의 음색과 컨버전(전환)하는 방식으로 음원이 완성된다.
차해리 파라스타엔터 대표는 빅오션 프로젝트는 회사 입장에서 필연적인 선택이었다고 했다. '장애가 있는 아티스트를 어떻게 스타의 반열에 올릴 수 있을까'에 대한 수년간의 고민 끝에 탄생한 그룹이라는 설명이다. 파라스타엔터는 장애 유무와 무관하게 매력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해 엔터 산업에서 정면 승부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즉 장애가 꿈을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모델을 가져가되, 장애가 있는 아티스트들을 서포트하기 위해 다양한 IT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과의 제휴도 확대할 방침이다.
차 대표는 "잘 갖춰진 아이돌 시스템 안에서 장애를 한 스푼 떨어뜨려 보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며 빅오션 결성 계기에 대해 말했다. 이어 "빅오션을 통해 K팝이 보다 '다양성'을 갖게 되면 좋겠다"며 "희망을 노래하는 진정성 있는 그룹이 하나 더 나옴으로써 각자의 삶에 지친 개개인이 조금은 더 힐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