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 Next Korea] 유럽 극우민족주의 확대와 좌파 쇠퇴의 시사점

2024-06-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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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경제와 실용주의 강화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지난 6월 6일부터 9일까지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는 5년에 한번 열린다. 독일,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연합 27개국 3억5000만의 유권자가 720명의 의원을 뽑는 자유민주주의 축제다. 이번 투표율은 51%로 1999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독일 기민당 성향의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그룹 의석이 늘면서 189석을 차지해 제1당이 되고, 이어 유럽사회당(S&D)이 135석,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이 79석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후자들 의석이 크게 감소했다. 반면에 극우세력의 비중이 25%로 높아졌다. 유럽의회 정치지형의 변화가 나타났다.

유럽의회 선거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특히 유럽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 프랑스와 독일 정부에서다. 먼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승부사로 7월 초 조기 총선을 띄웠다. 극우인 민족연합(RN)이 31%의 득표율로 마크롱의 정당(14%)을 2배 이상의 차이로 따돌리며 승리를 거뒀기 때문.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선출된 하원을 해산해 새로운 총선 정국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도발적인 베팅으로 새 승부를 보려는 전략이다. 프랑스 조기총선 결과에 따라 프랑스는 물론 유럽 및 세계정치가 출렁일 수도 있다. 만약 그의 정당이 유권자 다수의 선택을 받아 회생한다면 더욱 강력한 지도자로 부상하게 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만약 그가 패하게 되면 극우와 동거내각을 상상할 수 있다. 나아가 브렉시트,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준하는 유럽 정치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마크롱이 조기 총선 승리를 염원하는 뒷배로 지난 15일 독일에서 개최된 ‘유로2024’ 축구대회가 있다. 영국, 독일과 함께 프랑스가 강력한 우승후보이다. 음바페 등 세계적인 공격수와 포지션마다 골고루 능력있는 선수층을 형성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서 선거에 재미를 보기도 했다. 음바페 등 축구 스타들이 젊은층에게 총선 투표를 독려하고 나섰다.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전 중앙일보 출신의 김진경 작가는 “유럽에서 축구와 정치는 가깝다”면서 “축구가 예술”이라고 표현한다. 유럽에서 축구는 종교 그 이상이다. 마크롱은 또 정치지형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실적을 믿는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신호등’ 집권당의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이 이번 유럽 선거에서 크게 패했다. 사민당(13.9%)은 기민당(30%)에 크게 뒤지고 극우인 독일대안당(AFD : 15.9%)보다 더 적게 선택을 받았다. 집권 연정당인 녹색당(11.9%)은 제4당으로 밀렸고, 자민당(5.2%)도 간신히 턱걸이했다. 특히 사민당은 작센주 등 곧 실시될 구동독 주 선거에서 지리멸렬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로 진행되면 차기 총선에서 중도우파인 기민당으로 정권교체가 유력해지고 있다.

고급지 노이에 취리히 차이퉁(NZZ) 등 유럽의 여러 언론들은 독일 및 프랑스 집권당들의 패배 원인을 무엇보다 경제에서 찾고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미국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유럽국가들, 특히 독일 및 프랑스 경제가 좋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마이너스 –0.3%로 떨어졌고, 반면에 미국은 2.5%대 성장률을 보였다. 따라서 에너지 등 물가 인플레이션으로 지갑은 얇아지고 민생이 나빠지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게다가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난민문제에다가 물가가 크게 올라 서민들 고충이 클 수밖에 없다. 독일 및 프랑스 정부는 이상적인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유류세 인상으로 농민 시위가 곳곳에 발발해 암초에 부딪히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 대해 시대정신 및 이슈와 관련해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경제가 선거를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둘째, 좌파-리버럴의 후퇴다. 시대정신을 앞세워 이상적으로 추진한 이민·환경 정책과 이슈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새로운 이슈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탈원전에서 다시 원전으로, 모병제에서 징병제로 전환, 2035년까지 화석연료 자동차 등록금지에서 연장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도좌파인 독일 사민당의 국방부 장관은 징병제로 전환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우파로의 회귀’라고 말한다.

또한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서 뚜렷한 두 가지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극우 민족주의 세력의 부상과 포퓰리즘 활개이다. ‘브뤼셀컨센서스’(유럽통합)에 비판적인 극우민족주의 세력들이 유럽의회에서 25%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대표적으로 ‘정체성과 민주주의(I&D)’ 그룹과 강경우파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유럽보수개혁당(ECR)’을 들 수 있다. 여기에다 헝가리 집권당 ‘시민동맹(Fidesz)’, 신나치로 평가받은 독일의 AfD 등 위 두 그룹에 동참하지 않는 여러 세력이 있다. 극우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발휘하게 된다. 또 다른 트렌드는 유럽연합의 중심세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중도정당에 대한 꾸준한 지지다. 이들은 유럽연합의 중심축을 형성하면서 통합을 주도하는 기독교민주주의(기민당)와 사회민주주의(사민당), 자유주의세력 연합(자민련) 등이다. 극우 민족주의 세력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은 브뤼셀컨센서스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또한 이들 세력이 내세운 EU집행위원장인 독일 출신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이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EPP는 유럽의 다양한 회원국과 정치세력의 연합이기 때문에 한목소리로 폰데어라이엔을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미 유럽의회 선거를 뛰어넘어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트렌드는 세계화가 뒷전으로 밀리고 자국경제를 위한 ‘관세 전쟁’의 시작이다. 대표적으로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폭탄이다. 미·중 패권전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트리거 역할을 담당했고 이제 EU집행위원회도 중국전기차에 38.1%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자동차 원조국인 독일이 지난 30년간 중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면서 큰 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제 역전되어 중국의 값싼 전기차가 독일은 물론 유럽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개최된 유로2024에서 글로벌기업 공식스폰서가 13개인데 전기차 BYD 등 중국기업이 6개로 반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다. 유럽 전문가들은 “극우민족주의 세력의 유럽의회 확장으로 EU의 정책방향이 더욱 자국 및 경제 중심으로 옮겨가게 된다”고 전망한다.

향후 유럽의회가 출범하면서 3가지 쟁점이 중심에 서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먼저 유럽의 안보이다.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 vs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전쟁 등으로 유럽 공동안보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오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유럽의 안보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 EU의 주요국가 및 정치세력 간 유럽방위정책에 대한 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자체 유럽방위군 창설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유럽의 자유·사민세력은 1000억 유로 규모 공채를 통해 유럽의 방위능력을 확충하자고 제기하지만 기민계열은 반대하고 있다. 이어 유럽의 친환경 정책이다. 녹색이나 사민 세력은 ‘그린딜’ 유지를, 반면에 자유 및 기민세력은 궤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보다 산업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극우민족주의는 아예 그린딜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민문제다. 극우 민족주의가 부상하면서 난민·이민 이슈를 부각시켜 더욱 정치적 대립을 첨예하게 만드는 포퓰리즘이 활개치고 있다. 따라서 우파 중도계열은 규제 강화를, 좌파 리버럴 세력은 기존의 이민·난민 정책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향후 안보 환경 이민 등 주요 이슈를 두고 EU 국가 및 제 정파 간 갈등은 타협이 이뤄질 것이다.

우리 정국과 국회는 총선이 끝나 2개월이 지났지만 더욱 나빠지고 있다. 경제발전 및 민생, 외교안보를 위한 협치는 찾을 수 없고 방탄과 거부권 등 정쟁으로 치닫고 있어 더욱 극단 대결로 가고 있다. 물가 인플레이션과 경제가 나빠지면 집권당에 불리하고 그 결과 총선에서 패했다. 그렇다고 여의도를 장악한 야당에게 호재만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새 경제와 민생을 위하는 새 리더와 정당에게 기회가 오고 있다. ‘바보야, 경제야’라는 미국 클린턴의 ‘신경제’나 프랑스 마크롱의 ‘라 프렌치’ 같은 새 구호와 경제 패러다임이 희망이 될 수 있다. 유럽의회 선거가 주는 시사점이다.
 




김택환 작가
국가비전전략가로 산림청·경북도청 자문위원으로 활동. <넥스트 코리아> 등 시리즈 8권을 포함 20여권 이상 집필한 작가다. 독일 본대학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지자체·상공회의소·삼성전자 등 350회 이상 특강한 유명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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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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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파가 잘못하면 우파로 가야하나? 우파들은 환경 문제를 외면하고 경제성장만 취하자는 자들로 인류를 위기에 몰아 넣을것이다 ᆢ미지근한 물에서 개구리 두마리가 서로 싸우다 모두 팽될것이다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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