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극본 박철 김지수·연출 김진만) 역시 수호의 노력을 엿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왕세자가 세자빈이 될 여인에게 보쌈당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요즘 업계서 보기 힘든 20부작으로 구성되어 있고 사극을 기반으로 로맨스, 스릴러, 궁중 암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담아내고 있다.
지난 14일 아주경제는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수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20부작인 '세자가 사라졌다'를 마치고 한층 더 성숙해진 것 같다는 그와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요즘 20부작이 흔하지 않잖아요. 게다가 6개월 맘에 촬영을 마쳐서 빠듯한 일정 속에 찍은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방영이 시작되었으니까요. 우리끼리도 살짝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었는데 다행히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 감독님, 선후배 동료들과 제작진들 모두 20부작이 쉽지 않았을 텐데. 모두 함께 힘내서 마무리했습니다."
"감독님과 처음 '이건'에 관해 이야기할 때 성격적인 면에 관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자유분방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세자라는 위치에서 오는 무게감은 확실하게 있어야 한다고 봤거든요. 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수호는 '세자가 사라졌다'를 통해 20부작이라는 긴 호흡과 사극이라는 장르를 경험하게 됐다. "사극 톤을 잡는 게 어려웠다"고 털어놓은 그는 "어쩌면 사투리 연기보다도 어려운 것 같다"며 웃었다.
"고민이 많았는데 사극톤에 정답이 없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작품 분위기나 캐릭터에 맞게 만들어가려고 했어요."
첫 도전에 관한 만족도를 묻자 "후회는 없다"며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아마 팬 분들은 아실 거예요. 저는 어떤 일을 할 때 사람도 잘 안 만나고 그 일에만 몰두하거든요. '세자가 사라졌다'를 찍을 때도 오로지 이 작품에만 몰두했어요. 자기 전에도 늘 대사를 읊조릴 정도로요. 그래서인지 후회나 아쉬움은 없어요. 마음이 가벼워요. 떠나보내는 게 후련해요. 제가 연기를 만족스럽게 잘했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많죠.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세자가 사라졌다'는 2030 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시청층을 자랑하며 인기를 얻었다. "다양한 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실감하느냐"고 묻자 "어른들이 식당에서 알아봐 주시면 신기하다"며 웃었다.
"식당이나 거리에서 어르신들이 '세자 아니냐?'며 알아봐 주세요.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죠. 하하. 사극이라는 장르가 중장년 마니아층이 있잖아요. 제가 이 작품에 출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기도 하고요. 아버님, 아버님들께서 저를 알아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도전했는데 아주 조금은 이루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입지를 다졌다'고 표현할 수 있을는지. 하하.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박철, 김지수 작가는 수호가 캐스팅된 후 '이건'에게 그의 실제 모습을 반영하려고 했다고. 수호는 대본을 읽으며 이따금 놀랄 때도 많았다고 했다.
"제가 실제로 엑소의 리더기도 하잖아요. 작가님들께서 제가 멤버들과 찍은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영감을 얻으셔서 대본에 반영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 프로그램에서 했던 말들을 대사로 쓰시기도 하고요. 극 중 '난 술을 잘 먹는데 안 마시는 거야'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게 예능을 보고 만들어진 거라고 하더라고요."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인상 깊었던 순간들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좌의정' 역할을 맡으신 차광수 선배님에게 감동 받은 일이 있었어요. 사실 '이건'과 '좌의정'은 적대적인 사이고 드라마 말미에는 원수가 되잖아요. 선배님께서 '그런 불편한 사이다 보니 카메라 밖에서도 너에게 너무 살갑게 대할 수 없더라. 너무 가까워지면 눈빛에서부터 감정이 달라질 수 있으니 촬영하는 동안에는 살짝 거리를 두어도 되겠니' 하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연기 경력도 많은 대선배님께서 인물 관계성을 위해 그런 고민을 하신다는 점에서 많은 걸 배웠고요. 저 역시도 고민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도움이 됐어요. 물론 촬영이 끝난 뒤에는 아주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하하."
'세자가 사라졌다'가 방영할 당시 경쟁작은 tvN '눈물의 여왕'이었다. "경쟁작에 대한 부담이나 시청률 싸움에 관한 압박은 없었느냐"고 묻자, "분리하여 생각했다"며 웃었다.
"저희는 방영이 되는 동안에도 촬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사실 '눈물의 여왕'을 볼 새도 없었고 다른 장르기 때문에 큰 부담은 느끼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민규(도성대군 역)가 대기 시간에 '눈물의 여왕'을 보면서 '정말 재밌다'는 거예요. 하하. 방송국 입장에서는 경쟁작이겠지만 우리들끼리는 동시간대 방영작에 대한 경쟁의식이나 부담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어요. 시청률보다 오늘 촬영과 내일 촬영이 더 걱정이었거든요."
'세자가 사라졌다'는 첫 방송 1.5%로 출발해 마지막 회 5.6%를 기록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수호는 눈을 반짝이며 "매번 자체 최고 시청률도 경신했다"고 거들었다.
"매주 시청률이 올라서 4%까지 넘었어요. 지금 희망 사항으로는 5%(인터뷰 시점으로는 아직 시청률 5%가 넘지 않았던 상황)를 넘어서 마무리하면 좋겠어요. 캐릭터 적으로도, 장르적으로도 재밌는 요소들이 많아서 저도 대본을 읽으며 '이건 신세계다'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대본의 힘이 (시청률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호는 독립영화부터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그는 연기 활동에 대한 마음가짐을 전하며 "아이돌 생명이 짧아서 연기자를 하려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전 아이돌 이전에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SM에 들어왔을 때부터 연기 활동과 가수 활동을 병행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거든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기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서 한예종에 지원했고 운 좋게 붙었어요. 좋은 동기들을 얻게 되었고 연기에 대해서도 진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가수로서는 프로듀싱과 작사를 통해 '나'를 표현하는데, 연기는 제가 아닌 타인의 삶을 살아 볼 수 있다는 게 즐거운 경험 같아요."
그는 연기자 수호, 그룹 수호를 구분 지으려 하지 않는다고도 설명했다.
"그냥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시작했다고 '연기 도전'이라고 여기지 않아요. 예능프로그램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그걸 '도전'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잖아요. 가수이기 전에 연기를 배워왔고 운 좋게 먼저 엑소로 데뷔한 거니까요. 엑소 활동을 하면서 개인 활동으로 솔로 앨범을 내기도 하는 것처럼 연기도 자연스러운 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