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분들이 영화 '원더랜드'를 보고 어떤 느낌이 드실지 기대와 긴장을 동시에 느끼고 있어요. (감상평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 읽을 거예요. 하하. 제가 제일 궁금한 건 관객분들이 실제 생활과 (영화 속 상황을) 어떻게 연관시키고 감정을 느끼실까 하는 점이에요. 시사회가 끝나고 15세 정도 되는 소녀가 엉엉 울고 있는 걸 봤거든요. '어떤 감성을 건드렸길래 저 소녀가 저렇게 울 수 있을까?' 그런 점들이 궁금하고 관객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영화 '아일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재회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로봇 다룬 소재 작품이 좋았던 건 이 안에서 인물 관계를 오히려 더 자세히 보여주고 많은 가능성을 펼쳐낼 수 있어서였어요."
탕웨이는 2011년 영화 '만추'로 김태용 감독과 인연을 맺어 결혼했다. '만추' 이후 13년 만에 '영화'로 재회한 두 사람은 전작과는 또 다른 분위기와 감성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저는 김태용 감독님이 '원더랜드'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부터 꾸준히 이야기를 들어왔어요. 가끔 감독님이 과학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꼼꼼하게 연구하고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편이죠. 옆에서 그런 작업을 지켜보며 저 역시 뿌듯했고요. '역시 나는 감독님의 이런 점들을 좋아하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는 오랜만에 만난 '동료' 김태용 감독에 관한 귀여운 '디스'로 취재진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앞서 김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탕웨이는 질문이 많은 배우"라고 언급한 것을 전달하자 "제가 뭘 언제 그렇게 질문이 많았다고 그러냐"며 항변했다.
"저보다 그분이 더 심했어요. 현장에서나 집에서나 '바이리는 이럴 때 어떨 것 같아?' '바이리의 어릴 적 꿈은 뭐였을 것 같아?' 질문하고 제 답변을 녹음까지 해갔어요. 한 번은 제가 바이리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렸는데 그 모습까지 다 찍어갔다니까요? 그렇게 해놓고 지금 저더러 질문이 많았다니! 웃겨요. 정말."
탕웨이는 어린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기기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한 엄마 '바이리' 역을 연기했다. 세계 각국을 다니는 펀드매니저로 엄마 '화란', 딸 '지아'와 함께 한국에서 지내는 '바이리'는 자기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어린 딸의 곁을 조금이나마 더 지켜주고 싶어 직접 '원더랜드' 서비스를 의뢰하게 된다.
"저는 이 영화에서 '정'이라는 감정에 집중했어요. '정'이라는 감정을 정확히 그러면서도 합리적으로 보이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중간에 바이리의 감정에 변화가 왔을 때도 '어떻게 하면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많은 장면에서 자연스레 눈물이 나오곤 했는데 때마다 감독님이 '안 돼! 다시!'라먼서. 하하."
영화는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바이리의 모습을 통해 '모정'을 이야기한다. 이 '모정'은 바이리의 엄마 화란과도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화란 역을 맡은 니나 파우는 제가 정말 죽도록 사랑하는 배우예요. 홍콩에서 정말 유명한 배우입니다. '크로싱 헤네시'라는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데요. 감독님께서 '화란' 역을 두고 고민하실 때 제가 바로 니나 파우를 추천했어요. 영화를 보고 난 뒤 지인이 '(니나 파우가) 저의 엄마와 닮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행복해졌어요. '아, 정말 인연이 깊은 사람이다' 싶더라고요. 코로나19 팬데믹 때였는데도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촬영에 임해주신 배우예요. 정말 감사하고 제게도 깊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딸 지아 역의 배우 여가원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배우(여가원)가 제게 준 느낌은 '연기가 아니다'라는 거였어요. 정말 이 사람을 믿고 포용하고 마음의 문을 열고 받아들이는 눈빛이었거든요. 굉장히 순수한 눈빛을 가졌는데 그게 신비로웠어요. 저 나이 또래에게서 보일 수 없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어떻게 저런 느낌이 있지?' 그분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소중히 여기고 아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느낌이더라고요. 처음 오디션에서 만나 아이에게 (감정을) 말하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믿어주고 받아주었어요. 그 눈빛이 캐릭터와 정말 잘 맞았습니다."
탕웨이는 실제로 '엄마'가 되었기에 작품과 캐릭터에 더욱 몰두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탕웨이는 2014년 김태용 감독과 결혼해 2016년 딸 김썸머 양을 낳았다.
"인간이 태어나서 몇 번의 전환점을 맞게 되잖아요. 제게 있어서 그런 큰 전환점은 아이의 탄생이었어요. 아이가 태어나며 제게 생긴 변화는 '사건'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 점입니다. 어떤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지. 크게 변화했고 그로 인한 힘도 달라졌어요."
실제 외동딸인 탕웨이는 극 중 바이리와 비슷한 점들이 있다며 "영화 속 모녀들과 같은 분위기"라고 털어놓았다.
"우리 집은 엄마도, 저도, 딸도 모두 외동딸이에요. 제가 엄마, 썸머와 함께 있을 때면 영화 속 화란, 바이리, 지아의 모습과 닮았어요. 바이리가 딸에 대한 모성으로 '원더랜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한편으로는 엄마를 위한 마음도 있다고 봐요. 영화를 보면서 엄마가 딸과 영상통화를 할 때 만두에 흰머리가 떨어지는데 실제로 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실제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할 때면 발랄하게 끊는 편인데 어쩌면 우리 엄마도 저런 시간이 있을 수도 있었겠다, 고독한 시간을 보내고 계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엄마, 딸과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탕웨이는 '색, 계'를 시작으로 '크로싱 헤네시' '만추' '시절인연' '황금시대' '북 오브 러브' '지구 최후의 밤'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연기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좋은 캐릭터를 계속 만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이 매번 좋은 캐릭터를 만날 수는 없거든요. 그런데 저는 운 좋게도 좋은 캐릭터들을 만나왔고 그로 인해서 꾸준히 작품 활동에 매진하며 열정을 쏟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