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 메신저 '라인(LINE)' 핵심 개발자이자 창시자인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상품책임자(CPO)가 결국 이사진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났다. '네이버와 결별'을 본격화한 라인야후가 결국 '라인의 아버지' 밀어내기에 성공한 셈이다.
라인야후는 18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제29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신 CPO를 사내이사에서 제외하는 등 이사회를 7명에서 6명으로 재편하는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일본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은 신 CPO 손에서 탄생했다. 2008년 네이버가 일본에서 검색서비스 사업을 시작할 때 사업을 주도했던 그는 라인 개발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2011년 일본을 강타했던 '동일본 대지진' 발생 당시 주로 메일·문자를 주고받던 일본은 가족이나 친구와 연락할 수단이 없었다. 이를 목격한 신 CPO는 일본에 통신망을 이용한 소통 수단이 부재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에 그는 메신저 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고 결국 라인을 탄생시켰다.
라인이 일본 대표 메신저로 자리 잡은 후 2019년부터 그는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와 라인 공동대표이사를 겸했다. 라인의 최신서비스 개발과 서비스 경쟁력 강화 등 서비스 부문을 총괄했다. 하지만 2021년 3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합작으로 라인야후 통합운영이 시작되면서 공동대표에서 물러났다.
라인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있기 있는 메시징 플랫폼이며, 동남아시아권에서도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일본 내에서 한 달에 한 번 이상 이용하는 사용자 수는 9600만명에 달한다. 이어 태국 5100만명, 인도네시아 9000만명, 대만 2100만명 수준이다.
라인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단순 메시징 플랫폼에서 간편 결제 서비스, 음식 배달 등 통합 소셜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다. 라인야후 입장에서는 플랫폼 하나로 다양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인 셈이다. 특히 카카오 이모티콘과 비슷한 스티커 기능 또한 상당한 수익을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라인야후 이사진에서 신 CPO가 빠지면서 새 이사회는 모두 일본인으로 채워졌다. 라인야후 입장에서는 '네이버 지우기' 현실화에 성공한 것이다. 신 CPO는 그간 유일한 한국인 멤버이자 사실상 네이버를 대표해 왔다.
라인야후의 네이버 지우기는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라인야후 측은 이날 주총에서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 웹사이트 검색개발 인증에서 네이버 클라우드와 맺은 위탁 협력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데자와 CEO는 이날 주총에서 보안 대책 강화와 관련해 "당사는 네이버 클라우드와 종업원용 시스템과 인증 기반 분리를 올해 안에 완료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 자회사는 2026년도 중으로 (네이버와) 시스템 분리 완료를 예정했으나 한층 앞당길 수 있도록 계획을 책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서비스 사업 영역에서도 거의 모든 (일본) 국내용 서비스 사업 영역에서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종료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라인야후에 네이버의 자본 관계 재검토와 경영체제 개선을 주문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국내외 경제계는 총무성의 자본 관계 재검토라는 행정지도는 네이버가 A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라는 압박으로 보고 있다. A홀딩스는 라인야후 지배회사로,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그룹 합작사인 A홀딩스 산하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