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미국과 EU의 중국산 전기차 때리기

2024-07-2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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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국은 작년 자동차 491만 대를 수출하여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수출국으로 등극하였다. 그중 120만 대가 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를 총칭하는 신에너지차였다. 미국과 EU가 작년 수입한 중국산 EV는 각각 12,362대, 438,034대에 불과했지만, 중국산 EV의 굴기를 막기 위해 5월에는 미국, 6월에는 EU가 중국산 전기차(EV)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관세 인상의 가장 중요한 명분은 불공정 경쟁이다. 중국 정부는 중국 내에서 EV를 생산하는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보조금은 중국기업뿐만 아니라 중국기업과 합작하는 해외기업에게도 지급되고 있지만, 중국기업이 가장 많이 지원받고 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동인은 과잉생산이다. 중국 내에서 판매되지 않은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중국산 EV가 중국 내 판매가격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산 EV의 기술과 품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중국산 EV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샤오미와 화웨이 등 IT 기업이 자율주행을 비롯한 다양한 첨단기술을 EV에 빠르게 접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시장의 규모와 성장세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 중국은 미국, 독일,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EV 생산국이자 소비국의 위치를 공고화하였다. 중국 정부가 탈탄소 정책의 하나로 EV를 장려하고 있어서 보급률이 2030년 6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관세 인상은 EU보다 더 포괄적이고 강력하다. USTR은 2024년 5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EV 관세를 현행 25%에서 100%로 네 배 인상하였다. 또한 미국은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부품도 현행 7.5%에서 25%로 세 배 이상 올렸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산 EV 때리기의 궁극적인 목표가 완성품뿐만 아니라 부품과 소재까지 포함하는 공급망 전반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관세 이외에 주목해야 할 미국의 대중 제재는 2022년 6월 발효된‘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이다. 이 법에 따라 신장웨이우얼자치구에서 강제 노동으로 제조된 것으로 간주된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되고 있다. 올해 2월 미국은 이 법에 해당되는 기업이 제작한 부품을 장착한 폭스바겐 그룹의 포르쉐·벤틀리·아우디 차량 수 천대의 통관을 중지시켰다.
작년 10월 중국산 EV 보조금 조사를 시작했던 EU 집행위원회는 지난주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계관세의 부과를 잠정적으로 확정하였다. 조사에 협조한 정도에 따라 상계관세가 차등적으로 부과되었는데, 상하이자동차에는 38.1%, 비야디(BYD)에는 17.4%, 지리자동차에는 20%가 각각 추가되었다. 기존 관세가 10%이기 때문에, 상하이자동차, BYD, 지리자동차는 최종적으로 각각 48.1%, 27.4%, 30%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번 유일하게 관세율이 명시되지 않은 기업은 테슬라이다. EU는 추가 조사를 통해 중국산 테슬라에게 개별적으로 관세율을 적용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는 EU 이사회의 표결로 최종 결정된다. 지난 15일 회원국들의 입장을 파악하기 위해 비공개로 실시된 예비 투표에서 27개국 중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폴란드 등 10개국이 찬성, 헝가리, 슬로바키아, 키프로스, 몰타 등 4개국은 반대, 독일, 스웨덴, 핀란드 등 포함한 13개국이 기권하였다. 독일과 스웨덴은 중국에서 EV를 생산하고 있으며, 헝가리는 BYD 전기차 공장을 유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회원국가별 인구수에 비례하여 투표수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EU의 가중다수결제에 따르면, 법적 구속력을 가진 본 투표에서 회원국 55% (16/28개국) 및 EU 전체인구의 65%가 찬성하지 않으면, 이번 상계관세안은 기각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산 EV의 수입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미국과 EU의 관세 인상은 남의 일이 아니다. 현재까지 테슬라의 비중이 크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BYD를 비롯한 중국기업의 진출이 예정되어 있다. 산업 구조와 교역 여건이 달라 우리나라의 대응 방향이 미국과 EU와 같을 수는 없다. 한중 관계의 비대칭성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제안보에 미치는 파장이 훨씬 더 클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대응은 훨씬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먼저 미국·EU와 중국 사이의 대결이 전면전이 아니라 제한전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세계 최대의 생산국이자 판매국인 중국과 디커플링을 추구하는 해외 기업은 없다. 중국기업도 첨단기술 획득, 투자 유치, 판매망 확대 등을 위해 미국 및 EU 시장에 진출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지리 그룹의 지커이다.
그다음으로 중국산 EV를 규정하는 기준이 빨리 확립되어야 한다. 중국 브랜드와 미국·EU 브랜드를 동일하게 취급할 것인지 아니면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해외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합작하고 있는 중국기업이 증가하고 있어 중국산 EV의 수출에서 테슬라와 같은 해외기업의 비중이 작지 않다. 따라서 해외기업의 중국산 EV에 대한 일괄적 규제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은 일괄적으로 관세를 인상했지만, EU는 회사별로 차이를 두었다.
마지막으로 사이버 보안을 고려해야 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더 발전하게 되면 EV에 내재된 사이버 위협이 더 커지기 때문에, 예방 조치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이미 여러 국가가 EV가 생성한 디지털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려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는 행사 지역에 테슬라의 운행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통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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