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가 20억원을 웃도는 펜트하우스의 소유주가 같은 아파트 단지 내 이웃 동 일반 층보다 높이가 낮아 조망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조합과 시공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희소성과 사생활 보호, 우수한 상품성 등이 장점인 펜트하우스의 가치에 부합하는 조망을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일각에서는 법적 분쟁 여부를 떠나 이 같은 갈등이 펜트하우스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와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2021년 5월 분양을 시작한 해당 아파트 101·102·103동 최상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 6가구 중 1가구를 약 25억원에 분양받았다. 그러나 해당 펜트하우스가 위치한 아파트 동만 유독 이웃한 같은 단지의 4개 동보다 건물 하부 기저가 낮은 탓에 20층 펜트하우스임에도 인접한 2개 동의 19층 가구들보다도 낮아 거실이나 테라스에서 시야가 크게 가린다는 것이 A씨 주장이다.
A씨는 “애초에 조망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위치에 펜트하우스를 억지로 만든 셈"이라며 “이웃 동에 시야가 막힌 탓에 임차인을 구하기도 어려워 재산권 침해도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공사는 설계대로 건물을 지어야 하는 만큼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합 측 역시 “당시 서울시로부터 설계 도면 등을 모두 승인받은 사항이어서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조망이 부동산 가치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부각되면서 조망권 문제가 주민과 시행사 간 갈등으로 번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존에 생활하는 주거공간 앞에 새롭게 대규모 건물이 들어서 현격한 침해가 있을 때 조망권 분쟁이 발생하는 기존 사례와 달리, 펜트하우스의 가치에 부합하는 조망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승소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다만 이번 갈등이 ‘펜트하우스’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합과 시공사가 펜트하우스를 두고 '아파트 최상층에 위치한 고급 주거 공간’이라고 사전적 정의를 내리는 것과 달리, 수십억원의 거액을 지불한 펜트하우스 수분양자들의 경우 조망 등 모든 면에서도 단지 내 최고급일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고급 주거공간을 표방하는 펜트하우스가 단지 내 일반가구보다 조망이 안 좋다는 데 대한 소유주의 불만에 대해 이해가 가는 측면도 없지 않다"며 "하이엔드나 펜트하우스 등의 단어가 마케팅 수단으로 과도하게 사용되면서 소비자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 데 따른 마찰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