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공지능(AI) 개발에 활용되는 최첨단 반도체와 관련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추가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미 첨단 반도체 및 제조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미국이 중국으로 차세대 기술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현재 규제가 중점으로 논의되고 있는 기술은 GAA다. HBM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GAA 기술은 상용화 전으로 미래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3나노(1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 GAA 기술을 최초로 도입했다. TSMC는 내년 도입 예정인 2나노 공정부터 GAA 기술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와 인텔, AMD 등 기업들은 삼성전자, TSMC와 함께 내년부터 GAA 기술이 적용된 칩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GAA 설계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게 되면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이유다. 실제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와 AMD 주가는 각각 0.7%, 0.9% 하락했다.
다만 이번 규제는 GAA 설계 반도체의 수출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수준까지는 아니고, GAA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자문위원회에 GAA 규제 관련 초안을 보낸 결과 GAA 규제 방향성과 관련해 중국의 GAA 기술 개발을 제한할 것인지 혹은 미국 등 여러 해외 반도체 기업의 GAA 설계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할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규제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평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는 GAA로 알려진 최첨단 칩의 설계 구조에 대한 중국의 사용 능력을 제한하려는 것”이라며 “미국의 목표는 중국이 AI 모델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정교한 컴퓨팅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더 어렵게 하고, 기술을 상용화하기 전에 이를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은 12일에는 러시아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확대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블룸버그 등이 보도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군사 장비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반도체의 러시아 수출을 금지해 왔다. 기존 수출 규제가 미국산 제품에 중점을 뒀다면 확대안에는 미국에서 제조되지 않는 미국 기업 제품이거나 미국 기술 또는 장비를 기반으로 제조된 반도체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지만 러시아에 반도체를 판매하는 중국 내 기업이 표적인 만큼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