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대장주인 엔비디아 주식이 10일(현지시간) 액면분할된 후 첫 거래를 앞두고 주가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을 순매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액면분할은 호재로 간주되지만 거래량도 증가해 단기적으로는 주가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이날까지 서학개미들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쇼트 ETF와 티렉스 2배 인버스 엔비디아를 각각 537억원, 18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쇼트 ETF는 나스닥 일일 수익률을 역방향 3배로 추종하며, 엔비디아가 해당 지수에 편입돼 있다. 티렉스 2배 인버스 엔비디아 역시 엔비디아 주가를 반대로 추종하며 2배 수익률을 내는 상품이다. 모두 엔비디아 주가가 하락할 때 수익을 얻는다.
상반기 서학개미들은 기존 최선호주인 테슬라를 제치고 엔비디아를 꾸준히 순매수해왔다. 4월 말까지만 해도 1조 251억원어치를 매집했지만 지난달에는 순매수세를 줄이면서 엔비디아는 순매수 상위 5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최근 AI주 강세가 계속 있던 만큼 액면분할 후 투자자의 차익실현에 따른 매물이 쏟아질 우려도 제기된다. 엔비디아는 최근 1년 동안 211.74% 상승했으며 올 상반기만 해도 120%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가 정점설에 이어 경영진이 일부 주식을 매도한 것도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2025년 3월까지 총 60만주를 매도할 예정이다. 황 CEO 외에도 데보라 쇼퀴스트 운영부문 수석 부사장, 콜렛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등 고위 임원 3명도 각각 4만~10만주를 내년 5~6월까지 매도한다는 계획을 SEC에 제출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며 지난주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2% 넘게 하락했다. 주요 경영진들의 자사주 매각은 고점 도달이라는 신호로 투자자들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공매도 비중도 기존보다 2조원 늘어난 46조원을 기록했다. 공매도 영향으로 시가총액은 지난주 7일 기준 3조 달러(약 4200조원)에서 하루 만에 2조 달러대로 내려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주가는 액면분할과 함께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오버슈팅(일시적인 상승 혹은 하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은 물론 아시아, 중동, 유럽 국가들이 자체 AI를 구축하기 위해 새로운 국내 컴퓨팅 시설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며 "이는 엔비디아에 새로운 매출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내년까지 엔비디아의 매출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AMD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경우 엔비디아 GPU의 대체재로 인식될 만큼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은 강고하다"면서 "엔비디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파른 주가 상승에도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