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이하 현지시간)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세력이 약진하면서 유럽연합(EU)이 안보, 환경, 외교정책 등에서 단합력을 잃을 전망이다. 유럽 내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10일 외환 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장중 0.5% 가량 하락하며 1개월래 최저 수준인 유로 당 1.0750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유럽의회가 발표한 예상 의석수 분석 자료에 따르면 극우 정당 및 EU에 회의적인 세력이 유럽의회 전체 720석 가운데 약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친(親)EU 3개 정당은 의회 과반은 유지하겠지만, 의석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은 15석이 증가한 191석을 얻어 유럽의회 내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제2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소속된 중도 성향의 자유당그룹(RE)은 모두 의석이 줄어들 전망이다.
유럽의회는 지금까지 친EU 정당들이 하나로 뭉치며 안정적 세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극우파들이 힘을 얻으면서, 각종 정책에서 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전문가는 우선 유럽의 그린딜(친환경) 정책이 흔들릴 것으로 봤다. 친환경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녹색당-유럽자유동맹(EFA)의 의석은 71석에서 53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EU는 2030년을 목표로 청정에너지 활성화 및 탄소 배출량 완화 등의 친환경 정책을 다수 수립했다. 극우파는 내연차 판매 단계적 폐지 등의 법률에 제동을 걸며 에너지 전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대중국 무역 의존도 완화 시도 역시 방해를 받을 수 있다. EU 내 일부 지도자들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 호주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EU 회의론자들은 이에 비판적이다. 다만 멜로니 총리 집권 후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에서 탈퇴한 점에 비춰 볼 때, 극우파가 대중국 무역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힘들다.
외교정책도 분열될 수 있다. 독일 대안당(AfD), 오스트리아 자유당(FPÖ), 이탈리아 동맹(Lega) 등은 친러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멜로니 총리가 있는 이탈리아 형제단(Fdi)은 친우크라이나 성향이다. 극우파는 러시아를 공개 지지하는 반면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는 회의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서는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할 전망이다.
이민 정책은 한층 강경해질 수 있다. 멜로니 총리는 아프리카 난민들을 차단하기 위해 아프리카 경제 발전에 55억 유로(약 8조144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