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11주 연속 오르며 열기를 보이는 가운데, 오피스텔 시장은 여전히 냉랭한 분위기다. 서울 중심지 입지, 대형 건설사 브랜드에도 수요자들의 외면에 곳곳이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로 나오고, 수억원대 할인분양에 나서는 실정이다. 부동산시장 전망이 불안정데 고금리가 지속되며 투자 목적이 강한 오피스텔 시장 특성 상 당분간 수요자들이 쉽게 매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으로 분석된다.
1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남산 푸르지오발라드' 오피스텔 전용면적 39.6㎡가 마피 7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분양권 가격 9억4700만원에서 8억7700만원으로 낮아졌다. 같은 면적과 전용 29㎡ 매물들도 '계약금 일부 포기' 등의 조건을 달고 매물로 다수 나와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으나 아직 빈 집이 많고 수분양자들도 입주를 포기하고 있다.
미분양을 해소하려 할인분양에 나선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발산역 앞에 위치한 강서구 내발산동 'DH467 더마곡테라스'는 최초 분양가 대비 5억원까지 내린 가격에 할인분양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부터 분양을 시작했으나 10개월 가까이 미분양 물량이 남은 탓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22개월 연속 하락해 99.38을 기록했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2018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도 2022년 9월부터 올 4월까지 19개월 연속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오피스텔은 아파트 시장보다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관측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과거 아파트 대체재로 투자 매력이 높았지만, 아파트 관련 규제가 풀리고 높은 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아파트 대비 메리트가 없다"며 "아직 아파트 매매시장이 회복세라고 확신할 수 없는데, 선뜻 매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신규 공급물량도 줄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분양을 계획 중인 오피스텔은 6907실로 지난해 1만6344실의 42.3%에 그쳤다. 서울 오피스텔 분양 예정 물량은 868실 수준으로 지난해 3313실에 비해 73.8%나 줄어들 전망이다.
빌라와 함께 서민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오피스텔 공급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정부가 연초 올해부터 내년 사이 새로 짓거나 등록임대를 마친 전용면적 60㎡ 이하 주거용 오피스텔을 구입하면 취득세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올해부터 지어지는 신축에만 해당돼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높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소형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오피스텔은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해주는 등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