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부터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조속한 처리를 당부해왔던 '예금자보호법(예보법) 개정안'이 결국 22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이 개정안에는 약 석 달 뒤 일몰될 예정인 예보법 예금보험료율 한도 기한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예금보험료율 한도 기한을 늘리는 개정안, 왜 중요할까요.
예금자보호법은 금융회사가 예보에서 관리하는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예보는 금융회사가 내는 보험료를 관리해 두었다가 파산 등으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면 예금자에게 대신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예보법이 일몰 규정으로 설정된 탓에 한도 연장을 하지 않으면 보험료율 한도가 1998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일몰 조항에 따라 예보료율 한도는 3년 단위로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데, 오는 8월 31일은 일몰 기한이 도래하는 날입니다. 8월 이후 한도가 연장되지 않는다면 △은행 0.05% △증권·보험 등 0.1% △저축은행 0.15%로 보험료율 한도는 내려가게 됩니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지난해 기준 2조3700억원이었던 연간 예보료 수입이 1조6000억원 수준으로 30% 이상 급감하게 됩니다. 예보법은 과거에도 5차례 연장되며 한도를 유지해 온 바 있습니다.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저축은행 위기가 가중되는 가운데 예금보험료 수입이 줄어들면 예보의 부실 대응 여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이에 유재훈 예보 사장은 지난 3일 열린 '2024년 예금보험공사 창립 28주년 기념사'에서 "사전 부실 예방 기능인 금융안정계정 도입과 지속 가능한 기금 확보를 위한 예금보험료율 한도 연장 등 입법 과제의 차질 없는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예보료 수입이 줄어들면 저축은행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해 설치한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 재원 조달에 차질을 빚게 될 수도 있습니다. 2011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총 31개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했던 당시 예보는 '상호저축은행 구조조정특별계정(특별계정)'을 설치했습니다. 예보는 특별계정을 통해 2021년 말까지 31개 저축은행에 27조1717억원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이 중 2022년 말까지 회수한 자금은 13조5528억원에 불과합니다. 예보는 특별계정 기한인 2026년 말까지 파산재단이 보유한 자산을 매각해 회수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대부분이 오래된 자산이기에 전액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예금보험료 수입의 일부는 이 적자를 보전하는 데도 쓰이고 있었기에 예보료 수입이 줄면 적자 해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에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했던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저축은행 구조조정 비용 부담을 위해 운영 중인 특별계정 잔여 부채 상환도 곤란해질 수 있다"며 "저축은행 부실 등 과거 구조조정 비용 상환이 완료되는 2027년 12월 31일까지 현행 보험료율 한도의 적용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에 발의된 이 개정안은 상임위원회에서부터 공전을 거듭하다가 폐기 수순을 밟았습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예금보험료율 법정 한도 기한을 2027년 12월 31일로 3년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곧 발의될 예정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거 상임위원회 구성이 완료됐던 8월 초·중순에 법안 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예보법 개정안은 그간 여야 이견이 없는 안건이었기에 처리는 조속히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도 정무위 문턱을 넘지 못했던 탓에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일몰 기한까지 개정안이 처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예보는 보험료 수입에 차질이 없도록 비상대책도 강구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공백기에도 현행 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 등이 그것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법 개정안 안건의 경우, 법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국회나 정부 등이 합심을 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