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선언문 조율 과정에서 중국이 공급망뿐만 아니라 '산업망'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을 넣자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일본이 반대해 담기지 않았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이 중국의 요구에 대해 "중국 기업의 해외 전개를 허용해 과잉생산으로 연결된다"고 판단해 거부했다고 전했다. 또한 전기차 등 중요 산업 분야에서 중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려는 목적이 숨겨져 있다고 보고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사용하는 '산업망'이라는 단어에는 제조업 원료와 소재에서부터 완성품 제조까지 모두 중국 기업만으로 완결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시진핑 정권은 산업망과 공급망 강화 방침을 거듭해서 밝히고 있는데, 특히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등 중요 산업 분야에서 산업망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문구에도 일본의 요구가 반영됐다. 일본 측은 공급망과 관련해 중국의 희토류 등 수출 규제를 염두에 두고 '혼란의 회피'라는 표현을 넣자고 요구해 문안에 담겼다.
한편 공동성명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리창 국무원 총리가 한일중 정상회의 직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산업망'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리창 총리는 "3국은 더 높은 수준의 협력 상생에 주목해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경제·무역의 폭발적 연결을 심화하고 역내 산업망·공급망 협력을 강화해 중·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체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3국 간 FTA와 관련해 중국이 '교섭 가속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길 원했으나 일본이 주장한 '논의를 지속한다'는 표현이 최종적으로 공동선언문에 담겼다. 요미우리는 "중국은 북한 문제에 관한 내용에서는 양보를 거부했지만 경제 안보 분야에서는 일본 측 주장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4년 만에 열린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에서는 북한의 핵 도발 문제를 놓고 한일 양국은 비핵화를 촉구했지만, 중국은 '비핵화'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2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리창 총리는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중국의 이같은 입장은 직전 회의인 지난 2019년 제8차 한일중 정상회의 당시 중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표현에 동의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