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일본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소식은 높은 인지도를 가진 제1야당 입헌민주당 소속 렌호 (蓮舫·56) 참의원이 도쿄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었다.
렌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름에 치러지는 도지사 선거에 입후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7월 7일 치러지는 도쿄 도지사 선거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71) 현 지사가 3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현직과 신인 간 여야 대결 구도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렌호 의원은 대만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 출신이자 모델, 뉴스캐스터 등 다양한 활동을 거친 뒤 2004년 처음 참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행정쇄신담당상을 역임했고 입헌민주당의 뿌리인 민진당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출마가 유력시 되는 현직 고이케 지사와 렌호 의원은 모두 국회의원과 각료 경험이 있는 유력 여성 정치인이다. 하지만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에 오래 몸담았다가 탈당했고, 렌호 의원은 입헌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활동했다.
자민당은 도쿄 도지사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고 3선이 유력시 되는 고이케 지사를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최근 연이은 선거 승리의 기세를 등에 업은 렌호 의원 출마로 셈법이 복잡해졌다. 28일 마이니치신문은 "렌호 의원이 출마 기자회견에서 '반자민당' 자세를 강조했다"고 전하면서 여야 대결 구도가 명확해질 우려가 있어 자민당이 선뜻 고이케 지사를 지지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사의 한 기자는 아주경제에 “자민당이 지지하는 고이케 지사가 렌호 의원에게 진다면 기시다 정권은 완전히 끝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자민당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내부 조사에 따르면 이대로 중의원(하원) 선거를 치를 경우, 의석을 대폭 잃어 현 258석에서 170~180석 정도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렇게 되면 공명당과 합쳐도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자민당이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의석 수가 99석인 입헌민주당은 "150석 정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6일 3곳에서 치러진 주요 지방선거에서 자민당이 모두 패배한 것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를 '선거의 얼굴'로 해서 중의원 선거에 임하는 것을 (당내에서) 불안하게 보고 있다"며 "조기 중의원 해산을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민당은 4월 중의원 보궐선거 참패에 이어 26일 선거에서 시즈오카현 지사, 히로시마현 후추초(府中町) 조초(町長), 도쿄도 메구로구 도의회 의원 당선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조초는 한국에서 읍장에 해당하는 직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