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혼부부 주거비 부담을 덜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신혼부부에게 공공주택 4396가구(장기전세 2396호·안심주택 2000호)를 공급한다. 2027년부터는 매년 4000가구씩 공급한다. 무자녀 신혼부부가 공공주택에서 아이를 낳을 경우 최장 20년간 거주 기간이 보장되며, 아이를 2~3명 낳을 경우 추후 시세보다 10~20% 싸게 매입할 기회도 제공된다. 오는 11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 아파트에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 300가구가 공급된다.
서울시는 29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저출생 대응 신혼부부 주택 확대방안'을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해마다 실시하는 주거실태조사 결과 주거 부담은 자녀 계획 1순위 고려 요소"라며 "특히 서울은 출산율 0.59명을 기록하는 등 높은 집값과 주거비 부담이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제도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장기전세주택 시즌2…출산 시 20년간 거주→시세 80~90%로 매수 가능
시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장기전세주택Ⅱ(시즌2)를 시작한다.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한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을 경우 넓은 면적으로 이동하거나 시세보다 저렴하게 우선 매수할 기회도 제공한다. 아이를 낳으면 최장 거주기간이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된다. 자녀 수가 많아지면 해당 단지 내 공가가 발생할 경우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다. 아이를 2명 낳으면 20년 후 살던 집을 시세보다 10%, 3명을 낳으면 시세보다 20%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은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한 가구의 출생 자녀 수가 평균 0.75명으로 행복주택(0.63명), 국민임대(0.6명), 전세임대(0.25) 등 여타 임대주택보다 많다는 통계에서 착안했다"며 "장기전세주택 시즌2를 통해 신혼부부가 개선된 주거여건을 누리며 싼 가격에 주택 구입 기회까지 확보하게 된다. 지금까지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 중 가장 실효성이 클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오는 7월 중으로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장기전세주택 모집공고를 내고 신혼부부에게 300가구를 우선 공급한다. 장기전세주택Ⅱ는 앞으로 매년 상·하반기마다 입주자를 선정하고, 2026년까지 총 2396가구를 공급한다. 공공주택사업자가 건설하는 건설형 임대주택은 927가구, 재건축·역세권 장기전세 등을 통해 공공이 매입하는 매입형 임대주택은 1469가구다.
공공 주도의 재개발 단지인 구룡마을 300가구, 성뒤마을 175가구, 성동구치소 부지(송파창의혁신) 120가, 장지차고지 154가구 등 총 927가구를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 전세로 공급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입주 2년 전 입주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매입형 주택으로는 민간 재건축 단지 중 올 하반기 둔촌주공을 시작으로 △자양1구역 재개발(구의역 롯데캐슬 이스트폴·2025년 상반기) 177가구 △잠실 미성크로바(잠실르엘·2025년 하반기) 76가구 △잠실진주(잠실래미안아이파크·2025년 하반기) 109가구 등을 공급한다.
입주자 선정 시 유자녀 가구와 무자녀 가구를 구분해 해당 단지 공급물량을 50%씩 배정할 예정이다. 자녀가 있는 가구엔 방 2개 이상의 넓은 평형을 우선 배정한다. 또한 자녀 수에 따른 가점 대신 서울시 연속 거주기간과 무주택 기간, 청약저축 가입기간 등을 반영한다.
장기전세주택Ⅱ 입주 대상은 무주택 세대원으로 구성된 신혼부부로, 모집공고일 기준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 또는 6개월 이내 혼인신고 예정이어야 한다. 입주자 소득 기준도 완화했다. 전용면적 60㎡ 이하 공공임대주택 신청 대상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20% 이하(맞벌이가구 180%), 전용면적 60㎡ 초과는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50% 이하(맞벌이가구 200%)다. 소유 부동산(2억1550만원 이하)과 자동차(3708만원 이하)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다만 시는 맞벌이 가구에 대한 소득 기준 완화와 자녀 출산 시 거주기간 연장은 국토교통부 승인사항으로 현재 협의 중이며, 장기전세주택뿐만 아니라 다른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에도 입주 후 출산 가구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현재 신혼부부에 공급하는 임대주택 면적이 전용면적 40㎡로 제한돼 있는데 49㎡로 개정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며 "7월 중으로 협의될 것으로 보고 그 이후 모집공고를 내겠다"고 말했다.
예산 마련 우려에 대해서는 "매입형 임대주택의 경우 재건축 단지 임대주택 기부채납 물량을 향후 장기전세로 공급하고, 이중 절반은 신혼부부 대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일부 건설형 공급 물량은 일반분양분과 다른 유형의 임대주택 물량을 조정해 장기전세주택Ⅱ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전체 예산은 10% 미만으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시세 반값' 신혼부부 안심주택도 공급…30% 분양해 사업성 확보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Ⅱ와 함께 신혼부부를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모델 '신혼부부 안심주택'도 확대방안으로 제시했다. 신혼부부 안심주택을 통해서는 2026년까지 2000가구를 공급한다. 최장 20년 거주기간과 우선 매수권 부여 등 장기전세주택과 동일한 혜택이 적용된다. 안심주택은 역세권 350m 이내 또는 간선도로변 50m 이내에서 건립되는 주택으로, 6월 중 시범 대상지 모집에 들어가고 7월 중으로 조례·운영기준 등을 마련, 그 즉시 행정절차에 들어간다.
결혼 7년 이내인 신혼부부와 결혼 예정인 예비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다. 70%는 임대(민간‧공공), 30%는 분양주택으로 공급하고 출산 시 우선 양도권과 매수청구권을 준다. 민간 임대주택은 주변시세의 70~85%, 공공임대주택은 주변시세 50% 수준으로 공급(주택 세대수의 약 20% 이내)한다.
신혼부부 맞춤형 주거공간과 서비스도 제공한다. 신혼부부 특성과 세대원 구성 변화를 반영해 알파룸‧자녀방 등 다양한 구조를 갖추고, 생활편의를 위한 냉장고‧세탁기‧인덕션‧에어컨 등 고급형 빌트인 가전도 설치한다. 공동 육아나눔터, 서울형 키즈카페 등 맞춤형 육아시설 설치를 의무화한다. 신혼부부 안심주택 종합지원센터(용산구 한강로2가)도 운영, 입주 시 보증금 지원 신청, 입주 이후 관리비 등 상담이나 시설·서비스 이용 연계 등 모든 주거지원을 전담한다.
원활한 공급을 위해 민간 사업자에게 파격적 혜택을 준다. 기존 청년안심주택은 100% 임대(민간‧공공)로 공급되지만 '신혼부부 안심주택'은 70%는 임대(민간‧공공), 나머지 30%는 분양주택으로 공급, 사업성이 확보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각종 심의를 통합 및 간소화해 통합심의위원회 사전자문부터 사업계획 승인까지 통상 12개월 이상 걸리는 인허가 기간을 6개월 이내로 대폭 줄일 예정이다. 한병용 실장은 "기존 청년안심주택 사업지 중 자금조달 어려움을 겪는 곳 가운데 면적 변경이 적절히 가능한 곳 일부는 신혼부부용 안심주택으로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도지역도 법적 상한용적률 최대로 부여한다. 현행 민간분양 200%인 2종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 상한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받을 수 있다. 여기서 기본용적률 400%에서 늘어난 용적률(100%)의 절반은 공공임대로 공급한다. 이 외에도 건설자금 최대 240억원에 대한 이자 차액도 2% 지원(대출금리 3.5% 이상 시)한다. 240억원 대출 시 사업자는 연간 최대 4억8000만원의 이자 절감이 가능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국사회에서 저출생 문제는 국가 존립과 직결되는 범사회적 과제이며, 서울의 경우 더욱 긴박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장기전세주택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듯, 서울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다는 각오로 '신혼부부 주택 확대 방안'도 내놓게 됐다"며 "서울시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이를 낳기만 하면 사회가 함께 키우는 시스템을 정착하고, 필요한 자원을 최우선으로 투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