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황석영이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로 영국 최고 권위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The International Booker Prize) 최종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수상하지는 못했다. 부커상은 독일 작가 예니 에르펜벡의 장편소설 '카이로스'가 차지했다.
영국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22일(한국시간) 오전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시상식을 열고 올해의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으로 예니 에르펜벡의 '카이로스'를 호명했다.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작가 본인은 물론 작품을 영어로 옮긴 번역가도 시상한다. 이에 따라 카이로스의 영역자인 마이클 호프만 번역가도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부커 인터내셔널은 영어로 번역된 비영어 문학작품에 주는 부커상의 한 부문이다. 부커상은 보통 노벨문학상과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힐 만큼 권위를 인정받는다.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린 ‘철도원 삼대’는 철도원 가족을 둘러싼 방대한 서사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 그리고 21세기까지 이어지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을 실감나게 다룬 작품이다.
이 소설은 이백만·이일철·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철도 노동자 삼대와 오늘날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이백만의 증손이자 공장 노동자인 이진오의 이야기가 큰 축을 이룬다. 아파트 16층 높이 정도 되는 45m의 발전소 굴뚝 위에 올라가야만 했던 이진오의 현재를 시작으로 장편소설이 펼쳐진다.
황 작가는 지난 4월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인이 욕망을 저어하지 말라고 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더라. 이번에 부커상을 꼭 받아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이상하다”며 수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16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부커 인터내셔널상의 전신인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았고, 2018년 한강의 또 다른 소설 '흰'이, 2022년 정보라의 소설집 '저주토끼'가 이 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엔 천명관의 장편 '고래'가 최종후보에 올랐다가 수상에 이르진 못했다.
황석영은 다른 소설 '해질 무렵'으로 2019년 부커 인터내셔널의 1차 후보(롱리스트)에 오른 적이 있다.
1943년생인 황 작가는 “‘근사한 물건을 하나 더 뽑아내야겠다’는 직업의식과 프로의식, 자부심이 계속 작품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다”라며 “아직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85세가 되는 2027년까지 글을 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