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민의 문화살롱] 사이먼 스톤 "'벚꽃동산', 韓 배우·관객 모두에게 흥미로운 작품"

2024-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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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 원작 현대적으로 풀어

꾸준한 신문 읽기·배우와 소통 등

한국 문화 속으로 몰입하려 노력

전도연, 27년 만에 연극 무대로

 
사진LG아트센터
사이먼 스톤 연출(오른쪽)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갤러리1에서 ‘고전의 재해석과 연출’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LG아트센터]

 
“사이먼 스톤이 연출한 연극 ‘메디아’를 보는데 배우로서 피가 끓는 게 느껴져 출연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벚꽃동산’에 출연하는 배우 전도연은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오게 된
이유로 ‘메디아’를 꼽았다. 고전을 바탕으로 한 명작이 명배우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스톤 연출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갤러리1 ‘고전의 재해석과 연출’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했다.
 
매년 연극계 관계자와 관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해 연극 지식을 확산해 온 국립극단 학술행사의 일환으로 LG아트센터와 공통으로 개최한 이번 강연에는, 평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사전 예약한 200여 명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스톤 연출은 “‘벚꽃동산’ 대본이 갖고 있는 에너지와 온도가 한국 배우와 관객에게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라며 작품 선택 배경을 설명했다.
 
연출가 스톤은 연극, 영화,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영국 내셔널 씨어터, 인터내셔널 씨어터 암스테르담(ITA),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 파리 국립 오페라, 넷플릭스 등 분야별로 가장 중요하다고 일컬어지는 주요 무대를 섭렵한 예술가다.
 
그는 고전의 오래된 질문을 간직하면서도 현재를 사는 우리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전에 미국의 실화를 입힌 연극 ‘메디아’, 헨릭 입센의 다양한 작품을 현대 가족사의 이미지로 풀어낸 ‘입센 하우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2024년 한국 관객에게 선사할 작품으로 그는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이자 유작인 ‘벚꽃동산’을 선택했다.
 
스톤 연출은 “고전 원작이 갖고 있는 맥락을 철저하게 공부한다”며 “‘벚꽃동산’을 쓴 후 몇 년 후에 제1차 러시아혁명이 일어났다. 작품에는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다. 한국 역시 지난 100여 년간 정치·경제·기술의 발전 등 빠른 변화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LG아트센터
연극 ‘벚꽃동산’ 포스터 [사진=LG아트센터]
 
연극 ‘벚꽃동산’은 십여 년 전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송도영(전도연 분)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그녀가 마주한 서울은 자신의 기억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다. 떠들썩한 사회 분위기, 자유롭고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무엇보다 그녀의 가족들이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연극 '벚꽃동산‘은 2024년 지금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며, 모든 배우들에게는 원작의 캐릭터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이름이 부여됐다. 전도연은 원작의 주인공 ‘류바’를 재해석한 ‘송도영’ 역을, 박해수는 원작의 ‘로파힌’을 재해석한 ‘황두식’ 역을 연기한다.
 
스톤 연출은 2022년 한국에서 리서치 기간을 갖고 ‘벚꽃동산’에 대한 구상을 마쳤으며, 지난 1월, 10명의 배우들과 함께한 일주일 간의 워크숍에서 캐릭터의 밑그림을 그려 나갔다.
 
2002년 영화 ‘올드보이’를 본 뒤로 한국 영화와 책을 200편 넘게 섭렵했다고 밝힌 그는 “세상을 반영한 공연을 하려면 한국에 관해 잘 알아야 한다. 신문을 꾸준히 읽고 있다”며 “배우, 프로듀서 등 한국에서 더 많은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래야 문화 안으로 몰입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톤은 극작가이자 연출가, 영화감독으로, 일찍부터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인정받았다. 27세의 젊은 나이로 호주의 대표적인 극장, 벨부아 세인트 극장의 상임연출가로 초청받았고, 연극 ‘예르마’로 2017년 로렌스 올리비에상에서 최우수 리바이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스톤 연출은 “한국 배우들은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며 연기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서 “리허설 1주일 전까지 대본을 쓴 경우도 있다. 생생함이 살아 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배우들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벚꽃동산’은 오는 6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이현정 LG아트센터 센터장은 “2024년의 ’벚꽃동산’은 세계적인 연출가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위대한 고전 위에 한국의 현대 모습을 입혀 새롭게 써내려 갈 특별한 공연”이라며, “LG아트센터가 만든 ‘벚꽃동산’이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는 한국의 다른 콘텐츠처럼, 세계의 관객들이 한국의 연극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LG아트센터
사이먼 스톤 연출 [사진=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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