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외국인 관광객은 작년 같은 기간(171만명)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340만명으로 집계됐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분기(384만명)의 88% 수준이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저조했던 중국인·일본인 관광객 숫자는 3월 들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3월 중국인(39만1000만명)·일본인(33만9000만명) 방한 관광객은 2019년 3월의 각 80%, 90% 수준이다.
이들이 3월 들어 한국을 많이 찾은 것은 원화가 주요국 통화 대비 약세 기조를 이어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연말 181원대까지 내려갔던 1위안화 당 원화는 올해 3월 평균 184.9원으로 올랐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일컫는 '유커' 입장에서 위안화의 구매력이 높아진 것이다.
일본 '료카쿠'도 마찬가지다. 최근 엔화가 원화 대비 약세를 보였지만 일본 입장에서 원화는 주요국 대비 덜 비싼 통화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엔화가 약세라고 하더라도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며, 그 와중에 환율을 고려한다면 (여행하기) 덜 부담스러운 것은 한국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음에도 내수 부양효과는 크지 않았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 수입을 포함하는 1분기 서비스업 생산이 전년동기 대비 1.2% 성장했음에도, 올해 1분기 여행수지는 39억 달러 적자였다. 32억4000만 달러 적자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상황이 악화됐다.
이는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지출한 돈이 지난해보다 증가했지만, 그 효과를 상쇄할 만큼 내국인이 해외여행에서 지출한 금액이 더 컸다는 의미다. 실제 1분기 관광수입은 2023년 24억 달러에서 2024년 33억 달러로 7억 달러 늘었지만, 관광지출은 30억 달러에서 56억 달러로 26억 달러 증가했다.
올 1분기 1.2%에 그쳤던 서비스업 생산 성장률(전년동기) 추세도 △2022년 1분기 2.4% △2023년 1분기 2.0%로 점차 줄면서 내수 부양에 미치는 영향도 줄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한 여행객 수가 늘었어도 내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결정적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대규모, 단체에서 개인화, 소규모로 바뀐 영향이 크다"며 "전처럼 큰손들이 입국해 지출하기는 어려워 여행수지는 앞으로도 좋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