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프랑스에 이어 세르비아를 방문해 양국 간 '철통 우호'를 과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간 무역 마찰 속 중국과 유럽연합(EU)이 껄끄러운 관계에 놓인 가운데서다.
8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저녁 전용기를 타고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니콜라 테슬라 공항에 도착했다.
시 주석은 이날 세르비아 도착 서면 성명에서 "양국 간 상호 정치적 신뢰는 반석처럼 단단하다", '철통 같은 우의(鐵桿友誼)‘는 양국민 마음 속에 깊이 자리잡았다"는 등의 말로 양국 간 우호 관계를 과시했다.
시 주석 방문을 앞두고 부치치 대통령도 인스타그램에 "중국과의 철통 같은 우의가 자랑스럽다"며 "우리의 환대는 세르비아가 중국과의 관계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철통 같은 우의’는 중국이 파키스탄, 캄보디아 등 가장 신뢰하는 소수 국가에만 제공해온 칭호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8일 부치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현재 전면적·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인 양국 간 관계를 격상시키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외에도 양국은 30개 이상의 협력 협정을 체결하며 협력 관계를 한층 더 공고히 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 기간 베오그라드에 위치한 중국 문화센터를 방문해 개관을 축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은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폭격을 당한 옛 주세르비아 중국 대사관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상징적 건물로, 시 주석은 앞서 2016년 세르비아 방문 당시 기공식에 참석한 바 있다.
특히 시 주석이 세르비아에 도착한 7일은 나토의 중국 대사관 폭격 25주기가 되는 날이다. 시 주석은 이날 세르비아 일간지 '폴리티카' 기고문에서 “중국은 25년 전 오늘 나토가 무지막지하게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대사관을 폭격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피로 맺어진 중국과 세르비아 인민의 우정은 양국 인민의 공통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세르비아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친중 국가로, 중국과는 경제·외교적으로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세르비아는 중국의 대외 확장 전략인 일대일로(一對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에 가입한 최초의 유럽 국가 중 하나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1년엔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받아 접종했다. 지난해 10월엔 부치치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했다.
중국 기업의 세르비아 투자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를 연결하는 고속철을 지었다.
중국 국영 광산업체인 쯔진광업은 2018년 투자한 세르비아 동부 보르의 구리광산은 현재 세르비아 국내총생산(GDP)의 3.5%를 차지하는 중요한 경제 사업이 됐다. 붕괴 위기에 처했던 세르비아 스메데레보 제철소는 중국 허베이철강이 인수하고 나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현재 중국은 세르비아의 최대 투자국이자, 독일에 이은 2대 무역 파트너로, 지난해 양국 간 교역액은 62억 달러(세르비아 통계 기준)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