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지 이전 직후 곧바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에 대해서는 축하할 일이지만, 우승의 기쁨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목전에서 놓치고 말아서다.
이 때문에 안일한 대응으로 연고지 이전을 막지 못한 전주시에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KCC 이지스 농구단은 지난해 8월 30일 한국농구연맹(KBL) 이사회의 연고지 이전 변경 승인에 따라 둥지를 부산으로 옮겼다.
KCC가 연고지 이전을 결정한 것은 전주시가 7년째 체육관 건립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주 원인으로 지적된다.
KCC가 연고지를 옮기기 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전주실내체육관의 관람석은 4000여석 규모로, 전국 10대 홈구장 가운데 가장 적다. 또한 지어진 지 50년이나 되면서 노후화된 시설이 매번 지적돼왔다.
이로 인해 KCC는 2015~2016 정규시즌이 끝난 뒤 수원으로의 연고지 이전을 적극 추진했으나, 당시 전주시가 2023년 12월까지 체육관 신축 등을 약속하면서 전주 잔류를 선택했다.
하지만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전주시가 전북대와의 사업 등을 이유로 2년 정도 군산체육관을 대신 이용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KCC는 연고지 이전을 전격 결정했다.
최형길 KCC 단장은 당시 “(전주시와) 원만히 수습하려고 인내하고 자제했지만, 더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한 KCC 이지스가 곧바로 2023~2024 시즌 우승을 이끌어내면서 전주 농구팬들은 아쉽다면서도, 전주시에 강한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물론 갑작스레 연고지 이전을 단행한 KCC도 문제가 있지만, 체육관 신축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전주시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민 황모씨는 지난 5일 전주시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마땅히 전주팬들의 축하를 받아야 될 팀이 부산에서 축포를 터트렸다”며 “전주 떠나니까 정규 5위로 올라가도 일이 잘 풀리네요”라고 씁쓸해 했다.
정모씨도 “결국 KCC는 바람대로 우승을 했다”면서 “그 엄청난 행복을 전주KCC가 아닌 부산KCC로 해야 된다는 게 너무 슬프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시민은 “부산KCC 우승하면 연고지 이전 관련 문제의 원인 제공자인 전주시장, 전주시의회 의원, 전주시 공무원 등 관계자 모두 모두 전원 조사받아야 한다”며 “왜 전주실내체육관 신축이 늦어진 건지도 정치권이 책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와 함께 농구 관련 갤러리에는 KCC의 연고지 이전과 묘하게 겹쳐진 우승에 대한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디시인사이드에는 “전주에 사는 사람들은 지금 KCC 응원함, 아니면 KT 응원함?”, “전주가 관중 많은 거라 생각했는데, 부산 가서 대박났네. 평관(평일 관중)도 훨씬 올랐고...”, “부산은 KCC가 롯데 인기 넘은 듯”, “KCC는 부산 연고 이전 잘했네” 등의 글이 게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