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본질에 대한 고찰과 혁신의 시작

2024-05-0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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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김재영 고려대 교수]


이달 초 제주에서는 제11회 국제e-모빌리티엑스포가 개최되었다. 지난해까지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란 이름으로 개최되었지만, 10년을 맞이하는 올해부터는 전기자동차 대신 e-모빌리티로 바뀌었다. 2014년도부터 세계 유일의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로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했던 행사이지만, 이제는 전기자동차뿐 아니라 전기선박은 물론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산업까지 아우를 수 있는 포괄적 의미를 담게 된 것이다.
 
물론 좋은 우리말을 두고 모빌리티(mobility)라는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굳이 이 단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10년은 강산도 변한다고, 언제부터인지 우리 주변에서 자동차라는 말 대신 모빌리티(mobility) 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된다. 모빌리티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움직임’, ‘이동성 혹은 기동성’, ‘유동성’ 등으로 해석이 된다.
 
한때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자동차가 보편화되고,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리의 생활 속에서 자동차는 더 이상 ‘탈 것’이라는 이동수단으로의 본질보다는 생활에서의 ‘이동성’ 혹은 사람의 ‘움직임’ 그 자체를 뜻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자동차 제조사들은 단순히 자동차를 만드는 하드웨어적인 것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포함하는 이동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본질에 대한 고찰은 새로운 혁신의 시작을 가능하게 하였고 비즈니스의 변화를 가져왔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스마트폰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고 공유하는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이미 주변에서 공유 자전거 및 전동킥보드 등까지 손쉽게 이용하며 교통의 본질인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빠른 이용을 위한 최적의 방법을 찾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에게는 비용절감과 편리함을 제공하며, 도시 차원에서는 교통혼잡 저감, 대기질 향상, 주차 공간 부족 등의 다양한 교통문제를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신생 기업들은 상당수가 모빌리티 시장에서 탄생하였다. 기존의 탈 것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더함으로써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였다. 대표적인 모빌리티 기업으로 미국의 우버, 중국의 디디추싱, 싱가포르 그랩 등은 기존 교통수단의 단점을 해소하며 성장하여 이제는 쇼핑, 금융 등 다양한 산업으로 서비스를 확장하였다. 이들은 단순히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의 확장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이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주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존재감이 약하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는 ‘타다’, ‘쏘카’ 등의 초기 모빌리티 사업 시작부터 까다로운 정부의 규제에 막혀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서비스로 사업의 영역을 확대하며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이제야 최근 주차장 운영업체를 인수하거나 공유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의 기업과 제휴를 맺으며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파이를 키우고 있는 중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른바 MaaS (Mobility as a Service)로 불리는 서비스형 모빌리티는 혁신적 비즈니스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한다. 과거 단독적으로 움직이던 자동차 비즈니스는 정보통신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이동하기 위한 수단’과 ‘그러한 수단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영역이 확장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율주행기술이 있다. 애플, 구글 IBM과 같은 글로벌 IT기업은 물론 현대·기아자동차, 테슬라, 도요타 등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까지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로봇과 드론과 같은 새로운 영역의 확대는 UAM과 같은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글로벌 인포메이션 세계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공유 모빌리티 시장 규모는 2030년 784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돌이켜보면 인간의 이동성 확보를 위한 이동수단, 즉 탈것이 동물에서 자동차로 변화하고 자원과 환경적 문제 해결 및 기술의 발달은 혁신을 거듭하며, 전기·수소 배터리는 물론 반도체, 통신, 인공지능, 보안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모빌리티 산업에 유기적으로 융합하며 거대한 시장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이동성의 가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카풀, 카셰어링, 렌트카 등은 공유경제의 기반 서비스 시장은 물론 코로나19 이후 음식이나 상품의 이동성 측면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라 불리는 공유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등은 우리 사회의 이동성을 위한 단절없는 연결성(seamless connectivity)를 제공하고 있으며, 주차, 충전·주유 등의 서비스와 더불어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은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적 변화는 글로벌 차원의 기후변화문제 대응을 위한 친환경자동차 시장 확대와 인간의 편의성 증대를 위한 기술 고도화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정부의 더 큰 규제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지구의 온도를 1.5℃ 낮추기 위해 기업의 자율적 대응만을 바라보는 것은 과거의 과오를 다시금 되풀이하는 것일지 모른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장의 본질적 변화를 이해하고 선제적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뒤처진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참여를 위해 정보통신 기술 및 모빌리티 서비스 영역의 포괄적 확대를 위한 재정비가 요구된다. 10년은 강산도 변하지만 우리의 법과 규제는 여전히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직까지도 완성차 위주로 제정되어 있는 기존의 자동차산업, 도로교통 관련 법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교통수단과 새로운 모빌리티 간의 경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간 경쟁은 독점적 구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 표준화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표준화는 공정한 룰을 만들어 줌으로써 시장의 확대를 가져오는 좋은 수단이 된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모빌리티로의 본질적 변화 속에 기존의 생태계 변화가 기업의 혁신을 방해하는 우(愚)를 다시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모빌리티로의 전환은 단순히 기술적 전환만을 의미한다기보다는 교통, 에너지, 생활 환경을 이어주는 개념적 변화이며 미래와의 연결을 위한 새로운 혁신의 시작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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