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네 뉴스가 즐겁지 않다. 물론 찾으라 한다면 즐거운 뉴스를 찾을 수 있겠지만, 연일 모든 뉴스의 시작은 계속되는 의료 공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만약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는 경우라면 이러한 뉴스가 반가울 리 없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코로나19 속, 환자를 생각하는 감동 어린 의사선생님의 모습에 울고 웃고 했던 기억에 마음이 한층 더 씁쓸하다.
물론 모든 의사선생님들이 그렇지는 않지만, 솔직히 이번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에 속 태우고 있을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의대 정원 증대에 대한 전공의와 의사협회의 반대와 정부의 강한 대처 속에 누가 옳은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이러한 의료 공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것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의료계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혔고, 더군다나 당시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정리된 이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었다. 코로나19가 안정되고 정권이 바뀌었지만 그 필요성에 의해 작년 초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전 국민의 80%가 찬성을 하는 가운데, 이유가 명확지 않은 반대는 의뭉스럽다. 일부에서는 2000명 증원이라는 부분이 과도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상황이라면 이마저도 부족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맹목적인 반대가 아니라면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며 정부의 일방적 처사라는 부분만을 강조하며 현장을 떠나고 있는 상황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물론, 대규모의 의대 증원 역시 체계적인 교육의 한계와 실습 인프라의 부족 등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현재의 의료 시스템에서 6년간 예과와 본과를 마치고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95%대의 높은 합격률이지만, 이를 합격해야 병원에서 인턴으로 일을 할 수 있으며 1년의 인턴 기간이 끝나면 레지던트가 된다. 지금 정부에 반대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은 인턴과 레지던트들로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빠짐으로써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현재의 의료체계에서 이들이 1년이 늦어진다는 것은 단지 개인의 시기가 1년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의료 시스템의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의대생의 증원이 본인들이 우려스러워하는 의료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지는지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서울의 대형병원에는 의사도 환자도 몰리다 보니 전공의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의료환경의 개선보다는 성과급을 지급하며 비급여서비스 제공을 촉진하지 않았는가. 또한 전문분야별로 의사 소득 격차가 심화되다 보니 결과적으로 소득이 낮은 지방병원과 흉부외과, 소아과와 같은 전문과를 선택하지 않게 되는 문제가 발생된 것이 그 원인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총선을 한 달여 남겨두고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누구의 눈치를 봐야 할지 모르는 정치권 못지않게 속이 타는 사람들은 국민들일 것이다. 연일 집회와 정부의 강경대응 압박 속에 응급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없고, 중증환자의 수술이 미루어지는 것은 환자와 가족의 입장에서는 피를 말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강경 일변도의 정부는 오히려 반발심을 불태울 수도 있다. 지금 정부가 협상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전공의가 우선이지 아닐까 한다. 절대적으로 정부가 불리할 수 있는 현재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의사가 환자를 두고 떠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찬성을 하고 있는 것처럼 의대 증원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점차 인정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 사회로의 변화는 의료 시스템의 증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수요가 필요한 상황이다. 강경한 정부와 양보 없는 의협의 대립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사이에 끼여있는 의대 증원에 대한 대학들의 눈치 싸움은 치열하기까지 하다. 물론 대학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십수년간 동결되어온 등록금과 학령 인구 감소로 대학의 위기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대학은 이러한 상황에서 의대 정원의 확보라는 6년간 높은 등록금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에서 K-의료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강조하던 것이 얼마되지 않았다. 양쪽 다 다시금 머리를 식히고 되돌아봐야 한다. 현대의학이 발전한 지난 100여 년 동안 의학은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어 왔으며, 최근 의료의 변화는 더욱 크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를 저술한 제임스 르 파누가 이야기한 것처럼 의학은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대중은 점점 더 건강을 걱정하고 있고, 의료비는 한없이 늘어나고 있다.
엉뚱할 수 있겠지만, 비가 온 뒤 땅은 더 단단하게 굳는다.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은 없어야겠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더 나은 미래의 의료를 생각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이번 일을 통해 의사와 환자의 생각 차이로 인해 대형병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편 등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의 의료환경에 방치된 전공의, 서로에 대한 작은 이해와 목소리를 담아 의료기관들이 개선해야 나가야 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또한 의료에도 점차 확대될 요즘 대세인 인공지능과 로봇의 역할 증대를 통해 의료인력은 더욱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세계로 뻗어나갈 사람을 향하는 미래의 K-병원과 K-의료를 그려보며, 의학의 본질적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우리의 의료가 세계로 뻗어나가며. 환자만을 생각하는 감동 어린 의사선생님의 모습에 다시금 울고 웃을 수 있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표준·지식학과 교수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