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은 돈 문제일 뿐이다.
지난 22일 하이브는 민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에 감사권을 발동했다. 민 대표가 지분 20%를 활용해 어도어의 경영권을 뺏으려 한다는 정황을 발견했다는 이유다.
하이브 측이 공개한 이른바 ‘카톡 문건’만 보면 그럴듯하다. 민희진 대표가 기존에 갖고 있는 지분(18%)을 매각한 뒤, 재무적으로 어려워진 어도어 지분을 재무적투자자(FI)들과 함께 사들여 하이브로부터 독립시키려 한다는 주장이다.
하이브는 어도어의 지분 80%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맘만 먹으면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어도어 이사진을 교체할 수 있다. 법조계 역시 ‘카톡 문건’만으로 배임, 경영권 찬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얘기한다. 민 대표 측이 FI를 만나고, 투자 자문을 구하러 다녔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배임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돈 문제다. 지난해 3월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에게 20%의 지분을 양도하는 주주간계약을 체결했다. 민 대표는 이 중 2%는 부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에게 재분배했다. 계약서상 민 대표는 13.5%는 풋옵션을 통해 하이브에 넘길 수 있었고, 나머지 4.5%는 하이브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매각할 수 있다.
뉴진스의 인기에 어도어 실적이 급등하자 민 대표 측은 풋옵션이 걸린 13.5% 가치를 기존 13배(1000억원)가 아닌, 어도어 영업이익의 30배로 바꿔달라고 했다. 그렇게 된다면 민 대표의 환가액은 2700억원 혹은 그 이상으로 불어난다. 민 대표는 나머지 4.5% 지분에도 풋백옵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 측은 조건을 받아들이는 대신 ‘경업금지’ 기간을 5년에서 8년으로 늘리자고 요구했다. 민 대표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이브는 재협상 시도 대신 민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하고 ‘주술 경영’을 했다며 공격했다.
하이브는 엔터 대장주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 다음으로 가장 선호하는 ‘톱픽’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진이 돈 얘기로 다툴 때 주주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분쟁이 시작된 첫날 하이브 주가는 7.81%가 급락했다. 시총 1조2000억원이 증발했다.
지난 30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하이브가 신청한 어도어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심문이 열렸다. 이날 어도어 측은 이달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몇 주간 주가는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최대 엔터사인 하이브와 어도어의 성숙한 협상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