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틱톡은 애증의 대상이다. 오는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힘겨운 선거를 앞둔 그에게 틱톡은 젊은 유권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플랫폼이다. 미국 젊은 층에서 가장 인기 있는 틱톡을 거치지 않고 선거 캠페인을 하는 것은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틱톡 모기업이 중국이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1억7000명에 달하는 미국인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중국 공산당에 넘어갈 수 있고 중국 당국이 틱톡을 통해 흑색 선전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바이든 대통령은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사업을 1년 이내에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으면 영업을 금지시키는 법안에 지난달 서명했다. 앞서 상·하원 표결에서 민주·공화 양당은 초당적으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의회에서 심의되는 동안 의사당 밖에서는 틱톡 매각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었지만 의원들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라는 명분 아래 결국 틱톡의 퇴출을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틱톡 퇴출을 결정한 이유가 국가 안보만은 아니다. 갈수록 지배력이 커지는 이 플랫폼에 젊은 세대, 특히 Z세대들이 깊이 중독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틱톡은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되는 모바일 앱일 뿐 아니라 사용자들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플랫폼이다. 이들은 하루 평균 100분 정도 틱톡 콘텐츠를 탐닉한다. 뒤를 이은 유튜브 80분, 페이스북 55분, 인스타그램 45분과 크게 비교된다. 1분 내외 짧은 틱톡 동영상 쇼트폼은 스마트폰에 세로 형태로 표시되어 중독성 높은 콘텐츠를 거의 무제한 제공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결국은 미국 정부가 나서서 틱톡을 퇴출시키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이 플랫폼을 사용하는 많은 미국인들이 이를 반대하고 있고 특히 젊은 층에서 반대가 극렬하다. 국익을 위해 법안에 서명했지만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끝까지 이를 지켜낼지는 미지수다. 벌써 사용자들은 법정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현직 시절 틱톡 퇴출을 시도했지만 법원 결정으로 좌절된 바 있다. 최근에 몬태나 주정부도 비슷한 실패를 경험했다.
무엇보다 틱톡 퇴출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틱톡과 지지자들은 틱톡을 통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제한된다는 점을 이 법안에 반대하는 공격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틱톡 최고경영자인 Show Chew는 “확신하건대 우리는 여러분의 권리를 위해 법정에서 계속 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틱톡의 미국 사업을 인수할 마땅한 대상이 없다는 점이다. 매각 단가가 수백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금 여력이 있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이를 인수하면 반독점법에 걸릴 수 있다. 유튜브를 소유한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 같은 회사들이 그렇다. 또한 전 세계 150여 개국 20억명이 사용하고 있는 틱톡 알고리즘을 미국만을 위해 분리시킬 수 있는가 하는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틱톡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은 최근 틱톡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유해 위험에 대해 충분히 대처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거액의 벌금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이 미국처럼 강력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과 심한 대립각을 세우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의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틱톡을 통해 젊은 유권자들에게 접근하는 상황에서 강력한 규제는 어려워 보인다. 예들 들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틱톡 폴로어가 400만명이나 있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역시 최근 틱톡 계정을 개설해 적극적으로 젊은 층과 소통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틱톡 위세가 미미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틱톡 대신 다른 외국 플랫폼들이 무서운 기세로 지배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카카오톡이 국내 플랫폼 1위 자리를 유튜브에 넘겨준 이래 그 간격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국내 4550만 월간활성이용자(MAU)를 보유한 유튜브는 계속 그 세력을 확장하는 반면 2위 카카오톡과 3위 네이버는 이용자 수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는 틱톡과 유사한 동영상 콘텐츠 쇼츠(Shorts)를 통해 급속하게 젊은 층을 파고들고 있다. 동영상이 아닌 텍스트 기반으로 성장한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로서는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병종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 한국지국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