뵈르게 브렌데 세계경제포럼(WEF) 총재가 28일(현지시간) 전 세계가 과거 나폴레옹 전쟁 시절처럼 막대한 부채를 찍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렌데 총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부채 수준이 1820년대 이후 볼 수 없었던 최악의 수준에 가까우며, 선진국들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나폴레옹 전쟁 이후 이런 수준의 부채를 본 적이 없다”며 “우리는 세계 GDP의 100%에 가까운 부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1800년대 초 발생한 나폴레옹 전쟁으로 인해 영국의 국가 부채 비율은 1815년 기준으로 200%를 웃돌았다. 당시 각 국이 나폴레옹에 맞서기 위해 막대한 부채를 찍어냈듯, 지금의 각 국 정부도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빚에 의존하면서 200여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IMF는 이달 초 미국 정부 부채 급증이 전 세계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수록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 글로벌 시장의 차입 비용을 높일 수 있어서다. 비토 가스파 IMF 재정부문 국장은 최근 CNN에 “미국의 느슨한 재정 정책은 글로벌 금리와 달러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전 세계 자금 조달 비용을 올려, 기존 취약성을 악화시킨다“고 짚었다.
브렌데 총재는 올바른 경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향후 10년간 저성장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글로벌 성장률은 약 3.2%(추정치)”라며 “나쁘지는 않으나, 우리가 익숙해졌던 수십 년간 4% 수준이었던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기둔화가 10년 간 이어진 1970년대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브렌데 총재는 저성장을 피하는 방법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는 무역전쟁에 돌입해서는 안 되며, 서로 무역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그런 다음 우리는 글로벌 부채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각국 정부가 경기침체를 피하는 수준으로 부채를 줄이고, 올바른 재정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개발도상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브렌데 총재는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험으로는 지정학적 경기침체를 꼽았다. 그는 “예측 불가능성이 짙어, 쉽게 통제 불가능 상태가 될 수 있다”면서 “이스라엘-이란 갈등이 확대됐다면, 유가는 하룻밤 사이에 150달러까지 치솟았을 것이다. 이는 세계 경제에 매우 큰 타격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