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표류 중인 '마지막 판자촌'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개발사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가 최근 감정평가를 마치고 주민들에게 토지보상금을 각각 통보했는데, 구룡마을 주민들은 이 금액이 터무니없이 낮다며 개발 반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향후 협의와 수용 과정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주민들 간 마찰이 예고되고 있다.
25일 구룡마을 자치회에 따르면 주민들은 전날 서울시로부터 개별 물건에 대한 보상금 산정내역을 통지받았다. 보상금 단위는 각자 소유한 물건에 따라 최저 250만원부터 최고 1억5000만원까지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감정평가에 따라 주민들이 구체적인 보상금을 통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강일 구룡마을 토지주·주민협의회장도 "이 돈을 받고 쫓겨날 바에는 개발을 포기하는 게 낫다"며 "최소한 다른 지역과 형평성을 고려해서 개발 후 이익에 따른 보상을 제대로 산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는 5~6월 보상협의를 진행해 연내 보상 절차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협의가 불발될 경우 수용재결과 행정소송이 진행되는데, 구룡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보상금액에 반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토지수용 절차가 험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올해 주민들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토지 강제수용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567번지 일원 26만7466㎡ 부지에 분양 1731가구, 임대 1107가구 등 총 2838가구의 주택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보상 대상은 사업구역 내 토지 485개 필지(소유자 등 이해관계인 546명), 거주시설 등 지장물 2224건(거주민 1107가구)이다.
구룡마을은 1980년대 말부터 도시정비사업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 농지 위에 무허가 판자촌을 형성해 살고 있다. 지난 2011년 서울시가 공영개발 방식의 도시개발사업 추진을 발표했지만 개발방식과 보상 문제 등에서 갈등을 겪으며 최초 계획 수립 이후 13년 동안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보상금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면서 서울시가 올해 안에 보상 절차를 마치게 될지도 미지수다. 시와 SH공사는 지난해 5월에도 구룡마을 토지보상계획을 공고하고 보상협의와 감정평가 및 보상금 산정을 완료, 그해 10월까지 보상협의계약을 실시한다고 했으나 일정이 지연됐다. 감정평가는 지난해 11월 27일에 시작해 지난 2월 8일 완료됐으며, 보상액 산정은 이달 15일 마무리됐다.
SH공사 측은 “당시 강남구청의 보상협의회 설치가 지연되면서 감정평가 및 보상액 확정 기간이 늦어졌고, 토지주와 거주민 반발로 인해 감정평가 기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SH공사는 지난 24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323회 임시회 제1차 주택공간위원회에서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을 위한 지방공사채 사전승인신청 건을 보고했다. 총 1조6170억원을 지방공사채 발행으로 조달할 계획인데, 이번에는 그 중 1조1040억원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지난 2월 완료된 토지등 손실보상을 위한 감정평가 결과, 보상액이 증액돼 2022년 9월 보고한 공사채 발행금액 7806억원보다 10% 이상 늘어난 1조6170억원이 필요하다"며 "잦은 재난으로부터 거주민 보호하기 위해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려면 올 상반기 안에 공사채 발행승인 신청이 이뤄져야 하고, 연내 보상절차 마무리하기 위해 보상금 전액을 조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7월 중 공사채 발행 사전승인 신청 안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오는 9월 승인 심사 결과가 통보되면 이후 보상 일정을 고려해 공사채를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2016년 12월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을 고시한 서울시는 2017년 6122억원 지방공사채 발행을 보고하고 이듬해 5785억원 발행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거주민과 토지주 요구사항 등에 따른 보상 지연으로 지방공사채 발행기간 3년이 만료돼 승인된 금액을 전부 발행하지 못했다. 이후 2022년에도 7806억원 공사채 신규발행을 신청했으나 발행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미뤄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