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었을 때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한 달 근로일수는 20일을 초과해 인정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근로복지공단이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월 근로일수를 22일로 계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매년 실시하는 '고용 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서 고용 형태별·직종별·산업별 최근 10년간 월평균 근로일수 등에 의하면 과거 대법원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 일수를 22일 정도로 보는 근거가 됐던 각종 통계자료 등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일용근로자인 A씨는 2014년 경남 창원시 한 여관 철거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 후크에 연결된 안전망에서 작업을 하던 중 안전망이 한쪽으로 뒤집혀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후 공단은 A씨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그에게 휴업·요양·장해급여 등 3억5000만원을 지급한 뒤 크레인 보험자인 삼성화재를 상대로 구상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모두 보험자로서 삼성화재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일실수입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월 근로일수를 두고 엇갈린 판단이 나왔다. 일실수입은 사고로 인해 피해자에게 장애가 발생했을 때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장래에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수입이다.
이에 대해 1심은 일용근로자의 월 근로일수를 19일로 인정했으나 2심은 22일로 판단했다. 1심은 A씨의 고용보험 일용근로내역서상 51개월간 총 근로일수가 179일에 불과한 점을 주된 근거로 삼았으나 2심은 경험칙에 확실한 변화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은 관련 통계나 도시 일용근로자의 근로 여건에 관한 여러 사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심리해 월 가동 일수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이 2003년 월평균 22일로 정한 판례를 낸 지 21년 만에 기준을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통해 모든 사건에서 월 가동일수를 20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증명했을 때에는 20일을 초과해 인정될 수 있다"며 "월 가동 일수 기준점이 22일에서 20일로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실제 실무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