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의 균형 개발과 지속 가능한 국토 이용·보전·관리는 모든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과제입니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 마련에 국토연구원이 앞장서겠습니다."
심교언 국토연구원 원장은 최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정책 과제 마련을 통한 국토의 균형 발전과 이를 통한 지방 경쟁력 강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지역 일자리 부족과 인구 소멸, 그리고 결국 국가 전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야 국민의 삶의 질은 물론 국가의 경쟁력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심 원장이 진단한 것처럼 지역 소멸 문제는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실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 이상이 사라지는 '지방 소멸'이 우리 사회에 큰 숙제로 자리 잡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구소멸 위험지역은 2010년 기준 61곳에서 2023년 119곳으로 늘었다. 10여 년 사이 2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도시 인구 쏠림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 중 85.9%에 해당하는 4401만명이 인구 20만명 이상인 도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과 비교해 657만명 증가했다.
지방이 소멸하는 것은 청년층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혹은 광역시 등으로 떠나면서 고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지역경제의 기반이 되는 청년이 유출되면 생산인구 감소는 물론 소비력 저하까지 발생해 지역 내 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역대 정권들이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국토 균형 발전을 추진했으나 결과적으로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인구와 경제 격차는 더 벌어진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도 '지방시대'를 국가비전으로 내걸고 관련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정책을 반영할 중장기 국가 정책의제를 발굴하는 국토연구원 역할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국토연구원은 1978년 국토의 균형 발전과 국민 생활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주로 국토종합계획 수립, 국가균형발전, 지역 및 도시계획, 주택 및 토지정책, 교통, 공간정보 등 국토와 관련된 폭 넓은 연구를 진행한다. 연구원이 380명에 달하고 이 중 박사급이 130명에 달하는 국내 국책기관 중 최대 규모의 연구기관이다. 심 원장은 서울대 도시공학과 학사, 동 대학원 박사 출신에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전문가로 2023년 8월 18대 원장으로 취임해 국토연구원을 이끌고 있다.
심 원장은 현재 심화하고 있는 지역 소멸 문제에 대해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토연구원 창립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남긴 휘호가 '국토의 균형 개발'이다. 그만큼 균형 개발은 우리 연구원의 최대 과제"라며 "무엇보다 수도권으로 젊은 층이 쏠리고 있는 만큼 젊은 사람들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방안을 연구원뿐 아니라 지방시대위원회와도 긴밀히 정책적인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인재들이 지방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결국 교육의 질을 높여 서울에 가지 않아도 지역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지방시대위원회와 지역 교육에 투자해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자율특구' 사업을 시범 운영하는 등 교육, 일자리, 인구 유입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연구하고 제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메가시티, 초광역화로 경쟁력 키워야···혁신도시 민간·공공 상생 필수적"
심 원장은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 일자리뿐 아니라 여러 지자체가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초광역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기존 행정구역단위에서 발생하는 여러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광역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행정구역단위에서 이런 문제를 접근하다 보니 사업 진행 과정에서 다른 지자체와 갈등을 빚는 등 비효율이 나타나는 모습이 있었다"며 "연초에 정부에서 지방권 광역급행철도(x-TX)를 발표하면서 지방의 광역화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이제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과 같은 지자체 간 광역 네트워크를 구축해 몸집을 키워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연구원에서도 메가시티, 초광역 네트워크 등을 통한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 정부들에서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시도한 혁신도시에 대해서는 아직 정착하는 과정이라며 공공과 민간기업의 상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혁신도시가 활성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도시는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력을 지방으로 분산해 비수도권과 격차를 축소하고 국가의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20여 년 전 시작된 장기 프로젝트지만 실제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을 추진하기에 앞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심 원장은 "현재의 혁신도시는 지역의 혁신, 정주, 상생 측면을 고려해 설계된 만큼 상대적으로 기존 도심보다 우수한 정주 환경을 조성한 상황인 만큼 이런 측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직 서울로 출퇴근하는 등 완전한 정착이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공공기관들이 각 지방에 자리를 잡으면서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좋은 정주 환경은 만들었는데 당초 목표로 했던 민간기업의 혁신도시 진출이 생각만큼 진행되지 못하면서 지속적인 혁신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신규 유입되는 체류인구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신도심 형성으로 인한 구도심 공동화라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혁신도시 공공기관과 지역 민간기업의 연계 협력이 더욱 활성화돼야 혁신도시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국토부, 지방시대위원회와 함께 제2차 혁신도시 종합발전계획(2023~2027년)을 만들었다"며 "2차 계획은 10개 혁신도시에서 자체 수립·제출한 발전계획을 토대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만큼 잘 진행된다면 혁신도시가 목표로 했던 공공과 민간의 상생 등 현재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소하고 혁신도시가 더욱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저출산 문제 획기적 정책 필요···'내 집 마련' 할 수 있게 지원해야"
심 원장은 현재 지역 소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도 연구원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첫째 자녀는 주택가격, 둘째 자녀 이상은 사교육비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 만큼 주거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이 0.72명인 심각한 상황이고, 출산 가구가 대부분 자금력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인 점을 감안할 때 내 집 마련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집을 사고 싶은 신혼부부, 젊은 층에게 집을 살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공적 측면에서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면서 동시에 아이의 성장과 함께 주거 상향을 할 수 있도록 폭 넓은 범위에서 규제 완화를 비롯한 정책 지원이 같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8월 취임 1년을 맞는 심 원장은 올해 정부의 국정과제와 공약을 빠르게 현실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구 과제를 진행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부동산 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건설시장 활성화 정책 등을 지원하고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심 원장은 "취임할 때부터 강조했던 것들이 현 정부가 공약했던 정책들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었다"며 "그러나 주택 공급, 세제 개편,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 해결된 공약보다 안 된 부분들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여러 요인들로 인해 국정과제 진행 속도가 느린 상태지만 임기 내에 과제들을 가시화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국회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정책 과제들을 발굴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