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준의 투자노트] '2조 대어' 지오영 품은 MBK, 볼트온 시동 거나

2024-04-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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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약 2조원에 달하는 의약품 유통기업 지오영을 품었습니다. MBK는 연이은 '볼트온(Bolt-on)' 투자로 자본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MBK, 메디트·오스템 이어 연이은 헬스케어 투자 단행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이 보유한 지오영 지주사 '조선혜지와이홀딩스' 지분 71.25%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금액은 1조9500억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오영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올해 초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습니다. 양측은 상반기 중 거래를 최종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지오영은 국내 약국의 80%를 거래처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코로나19 시기에 마스크 유통을 통해 이름을 크게 알렸습니다. 지오영은 지난해 개별 기준으로 매출 3조63억원, 영업이익 672억원을 거뒀는데요, 단일 법인 기준으로 연 매출 3조원 돌파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를 통틀어 지오영이 처음입니다.
 
MBK는 지오영 인수를 통해 기존 포트폴리오 업체들과의 시너지를 꾀할 것으로 보입니다. MBK는 헬스케어 업종에 주목해 최근 3년 새 메디트(2조4000억원), 오스템임플란트(2조5000억원) 등 국내 기업을 포함해 총 6곳의 헬스케어 기업을 인수했기 때문입니다.
 
볼트온 전략은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동종업계 기업이나 연관 업종의 사업체를 인수해 몸집을 불리는 것을 말합니다.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방식인데요, 자본시장에서 PEF 운용사가 활용하는 전략 중 하나로 거론됩니다.
 
100% 가까운 수익 남긴 할리스커피…버거킹·미샤 등은 '아픈 손가락'
PEF 운용사인 IMM 프라이빗에쿼티는 볼트온 전략을 활용해 할리스커피의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에 성공했습니다. IMM은 지난 2013년 820억원에 할리스커피를 인수했는데요, 인수 이후 증자를 진행해 핸드드립 커피숍 '할리스커피클럽'을 론칭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인터파크HM에게서는 디초콜릿커피를 인수했습니다. 커피 사업 경쟁력을 높인 IMM은 지난 2020년에 할리스를 145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100% 가까운 수익을 남긴 셈입니다.
 
하지만 동종 업계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볼트온 전략을 구사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매각을 추진했던 버거킹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어피너티는 지난 2016년 VIG파트너스가 보유 중이던 한국 버거킹 지분 100%를 21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이듬해 캐나다 레스토랑브랜즈인터내셔널(RBI) 등으로부터 일본 버거킹 운영권을, 2019년 롯데GRS로부터 일본 버거킹 소유권을 약 100억원에 사들이며 한·일 버거킹을 모두 보유하게 됐습니다. 어피너티는 한국과 일본의 버거킹 소유권을 모두 사들이는 볼트온 전략을 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했습니다.
 
어피너티는 지난 2021년도부터 버거킹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높은 매각가와 낮은 수익성 등이 매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사실 버거킹뿐만 아니라 한국맥도날드, 맘스터치, KFC코리아가 매물로 나왔었지만 매각에 성공한 곳은 KFC 단 한 곳뿐이었습니다. KG그룹은 지난해에 KFC코리아 지분 100%를 550억원에 오케스트라 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했습니다. KFC가 몸값을 낮추지 않았다면 매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KFC가 처음 M&A 시장에 나왔을 때 시장에선 인수 예상가로 약 1000억원이 거론됐습니다. 하지만 최종 거래액은 이보다 450억원가량 축소됐습니다.
 
미샤 운영사 에이블씨엔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17년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한 IMM은 2018년 미팩토리, 2019년 지엠홀딩스와 제아에이치앤비 등 여러 화장품 회사를 차례로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나갔습니다. IMM은 에이블씨엔씨의 적절한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자 지난해부터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PEF 관계자는 "볼트온 전략은 규모의 경제 효과 또는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등의 장점이 있다"며 "다만 시장 판단을 잘못하거나 확실한 시너지가 발생하지 못한 채 덩치만 커지는 인수는 오히려 투자회수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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