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아이돌 음악이 주류를 이루는 K팝 음악에 록 밴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 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보여준 '밴드 사운드'의 힘은 팬은 물론 취재진까지 매료시켰다. 강렬한 사운드와 파워풀한 보컬 그리고 현장을 압도하는 생생한 라이브는 '함께 하고 싶다'라는 마음까지 들게 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단독 콘서트 '클로즈드 베타: 버전 6.0(Closed ♭eta: v6.0)'가 개최됐다. 지난 19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이번 콘서트는 전 회차 매진되며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날 드러머 건일, 키보디스트 정수와 오드, 기타리스트 가온과 준한, 베이시스트 주연은 미니 4집 타이틀곡인 '브레이크 더 브레이크(Break the Brake)'로 콘서트 포문을 열었다. 이어 '프리킨 배드(Freakin' Bad)' '바이시클(Bicycle)'까지 연달아 질주하며 팬들을 흥분시켰다.
정식 발매 전 테스트와 오류를 수정하는 단계인 '베타 버전'이 콘서트 제목인 만큼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이번 콘서트에서 정규 1집 '트러블슈팅(Troubleshooting)' 타이틀곡과 다수의 수록곡을 공개하며 팬들의 반응을 살폈다. 앨범에 대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자신감과 팬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이들의 '라이브 정신'이 정규 앨범 활동에 어떻게 반영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이날 멤버들은 "공연 이름처럼 '비공개 테스트'를 해보려고 한다. 신곡 무대를 선공개하겠다는 의미"라며 "하나하나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자신감은 곧 무대로 증명됐다. 팬들이 사랑하는 '낙 다운(KNOCK DOWN)' '크랙 인 더 미러(Crack in the mirror)' '에너미(Enemy)' '스트로베리 케이크(Strawberry Cake)' '써커 펀치!(Sucker Punch)' '배드 크리미널(Bad Chemical)' 등 이른바 '록 스피릿(Rock Spirit)'이 느껴지는 곡들을 연달아 가창해내고 팬들과 호흡하며 무대를 완성했다.
오는 30일 발매되는 정규 1집 '트러블슈팅'의 타이틀곡과 수록곡들도 연이어 공개했다. '노 매러(No Matter)' '머니 온 마이 마인드(Money On My Mind)' '언틸 디 엔드 오브 타임(until the end of time)' '꿈을 꾸는 소녀' '불꽃놀이의 밤' 수록곡과 타이틀곡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을 선보여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파워풀하고 예리한 사운드의 기존 곡과는 다른 무드의 '굿 이너프(Good enough)' '파라노이드(Paranoid)' '꿈을 꾸는 소녀'로 분위기 전환을 맞으며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가족과 팬들에 대한 솔직한 마음과 응원을 담은 곡들인 만큼 팬들과 호흡하며 불쑥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노래를 마친 뒤 가온은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자리를 비웠고 멤버들은 애틋한 마음을 내비쳤다.
정수는 "하드한 노래들과는 다른 매력이지 않느냐"고 말문을 연 뒤 "멤버들도 이 구간을 연주하고 노래할 때는 록 스피릿을 잠시 내려두고 깊은 곳에 있는 찡함과 슬픔을 꺼내곤 한다. 사람이 살면서 이런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곪는다고 생각한다. 무대에 설 때만큼은 이 감정을 밖으로 표출해 감정 소화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수는 감정을 추스르고 무대로 돌아온 가온을 향해 "우리 친구들이 우는 게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거들어 팬들을 웃게 하기도 했다.
정규 앨범에 실린 '꿈을 꾸는 소녀'를 언급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준한은 "빌런즈를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다. 침대에 누울 때, 뭔가 잘 안될 때 위로를 받을 만한 곡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다. 한 분, 한 분 아름다운 꿈이 있을 거니까 노래로 응원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연은 "'꿈을 꾸는 소녀' 떼창 파트를 만들고 싶다"며 즉석에서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구간을 만들기도 했다. '꿈을 꾸는 소녀'의 가사인 "고생했어요 그대여 / 해브 어 스윗 드림 포 투나잇(have a sweet dream for tonight) / 겁먹을 필요 없어요 / 에브리띵 고너 비 올라잇(everything's gonna be alright)"를 함께 부르며 팬들과 호흡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규 1집 타이틀곡인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에 대한 소개와 소감도 나누었다.
가온은 타이틀곡에 관해 "바보 같다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에게 소중한 것들만 있으면 된다는 말을 하는 진취적인 곡이다. 좋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소개했다.
건일은 "이 곡도 여러분께 위로가 되길 바란다. 엑디즈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타이틀곡이니까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라이브는 이들의 무기이자 팬들의 자부심이다. 예스24 라이브홀을 가득 채우는 밴드 사운드와 거침 없는 보컬은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의 몸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멤버들은 팬들이 좋아하는 곡의 하이라이트 구간을 한 번 더 불러주거나 함께 떼창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여느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기도 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만의 무대이자 강점이었다. 젊고, 치열하며, 뜨거운 이들의 무대는 '한 번 더 보고 싶다'라는 마음까지 먹게 할 정도.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보여준 '록 스피릿' 밴드 사운드의 힘이었다.
두 시간가량의 질주를 마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마지막 앵콜 무대까지 마친 뒤 팬들과 단독 콘서트에 대한 소감을 나누었다.
오드는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걱정도 많았고 두려움이 컸다. (공연이) 마음대로 안 되어서 화가 나기도 했는데 '빌런즈'가 사랑의 눈빛으로 봐주고 퐁당 빠져서 즐겨주어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여러분에게 가수로서 떳떳하게 당당하게 노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되겠다. 제가 여러분의 가수가 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주연은 "'가수는 노래를 들려주는 게 아니라 관객이 우리 노래를 들어주는 거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께 멋진 무대를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제가 (컨디션이) 조금 아쉬웠지만 앞으로의 무대들이 기대되도록 노력하겠다. 최고의 무대를 보여드릴 거다.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세계 최고의 밴드가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가온은 "공연이 3일 매진될 수 있었던 건 여러분 덕이다. '매진되었다'라는 소식에 펄쩍 뛰면서 기뻐했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영광을 주셔서 감사하다. 더욱더 잘하겠다"고 인사했다.
리더인 건일은 멤버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내며 "언제 우리 동생들이 이렇게 성장했을까 싶더라. 제가 못난 리더여서 합주할 때 뭔가 잘 안 맞는 것 같으면 속상해하고 '왜 이렇게 준비가 덜 되어있을까?' 싶었는데. 가온이가 '쇼 챔피언' MC를 보는 걸 보고 울컥 하더라. 동생들이 연주하면서 노래도 하고 따로 준비하는 것도 많을 텐데 참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팀의 맏형으로 있을 수 있다는 게 감동스럽고 고맙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준한은 "무대와 음악을 하고 싶어서 열심히 달려왔다. 재밌게 잘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 많은 분이 열심히 만들어주신 무대에서 재밌게 놀 수 있었다.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드릴 말이 없다. 보는 분이 재밌었다면 그걸로 됐다"고 인사했다.
정수는 "저는 저희의 공연으로 어떤 게 잘 돼야 하고 잘 보이기를 바란다는 마음보다 여기 계신 여러분이 행복하길 바란다"며 팬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단독 콘서트 '클로즈드 베타: 버전 6.0' 전 회차 전석 매진시킨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오는 30일 정규 1집 '트러블슈팅'을 발매하고 팬들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