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 로맨스부터 가슴 절절한 멜로, 누아르와 서부극을 넘어 힐링 드라마까지. 솔로 가수 태용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단독 콘서트 '티와이 트랙(TY TRACK)'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한 편의 영화로 완성됐다. 사랑과 이별,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하나의 서사로 이어나간 태용은 이번 단독 콘서트를 통해 '솔로 가수'로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냈다.
25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는 '2024 태용 콘서트 티와이 트랙(2024 TAEYONG CONCERT TY TRACK, 이하 '티와이트랙')'이 개최됐다. 태용이 데뷔 후 처음으로 펼친 솔로 콘서트다.
오프닝은 '아티스트' 태용을 테마로 꾸며졌다. 미발표곡인 '콘크리트(Concrete)'를 필두로 '버추얼 인새니티(Virtual Insanity)' '예스(¥£$)' '에이프(APE)' '샤랄라 (SHALALA)'로 이어지는 셋리스트는 태용이 바라본 도시와 자본주의에 대한 시각변화 그리고 깨달음을 표현했다. 오프닝이자 아티스트가 느낀 감정을 담아 웅장한 무드로 강력하게 밀고 나가며 관객들을 압도한다.
'이별'을 테마로 한 섹션은 스크린 아트와 레이저 조명을 활용한 무대 연출로 더욱더 감정을 극대화 시켰다. 극적인 무대 연출이 돋보이는 섹션이기도 했다. 섹시한 무드의 '문라이트(Moonlight)'는 무대에 설치된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하며 서부극의 무드를 그려냈고, 샤막을 활용한 '문 투어(Moon Tour)'는 SF 장르를 스크린에 옮긴 듯 쓸쓸한 인상을 남겼다. 태용이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가사로 옮겼다는 '404 파일 낫 파운드(404 File Not Found)'와 이를 이겨내고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404 로딩(404 Loading)' 무대는 이번 콘서트의 하이라이트. 핀 조명으로 달빛 위를 걷는 듯한 와이어 퍼포먼스는 공연장 자체를 스크린으로 만들며 관객들을 영화 한가운데로 끌어들였다.
태용의 표현력과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고스트(Ghost)', 줄 퍼포먼스로 관능적인 분위기를 배가한 '블랙(BACK)'은 '상처'를 테마로 섹시한 무드로 채워 넣었고, '나에게 했던 것과 같이 (Ups & Downs)' 사랑이 뭔데' '관둬' 등 '치유'를 주제로 구성한 셋리스트는 팬들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자리들을 만들며 "팬들이 있었기에 강해질 수 있었다"라는 그의 메시지를 드러냈다.
'티와이 트랙'이 주는 여운은 미묘하다. 생동감 넘치는 콘서트인 동시에 탄탄한 서사를 가진 영화 한 편을 관람한 듯한 인상을 남긴다. '감정'을 굵직한 테마로 잡고 무대 위를 누비며 영화 '라라랜드' '중경삼림' '바빌론' 등과 같은 장르 영화들을 사이사이에 배치해 각 섹션들이 자연스레 디졸브될 수 있도록 연출했다. 태용이라는 인물을 주제로 모든 장르 영화를 구현한 셈이다.
"무대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멘트' 시간을 줄였다"라는 태용의 말처럼 이번 콘서트는 '몰입'을 깨지 않기 위한 '흐름'이 강조되었다. 입대를 앞둔 만큼 팬들과 대화하는 시간이나 코너들을 욱여넣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완성도 있는 무대를 팬들에게 선물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만듦새였다. 여타 공연보다 대화 시간이 줄었음에도 오히려 팬에 대한 사랑과 소통에 대한 의지가 느껴지는 이유기도 하다.
태용은 이례적으로 두 번째 미니앨범 '탭'의 첫 무대를 콘서트에서 공개했고 '콘크리트' '예스' '헐' '론리' '문라이트' '고스트' '백' '해와 달' 등 다수의 미발표곡들을 셋리스트로 채웠다. 그동안 팬들이 "무대에서 보여달라"고 요청해 왔던 곡들이다. 그는 팬들이 직접 보고 듣고 싶어했던 곡들을 셋리스트로 구성하며 이를 한 편의 영화로 엮어냈다. 매 곡마다 콘셉트를 짜고 기술력을 동원해 감성적 연출로 마무리했다. 올림픽홀이 이토록 다채롭고 풍성하게 구성될 수도 있다는걸 '티와이 트랙'을 통해 알게 되었을 정도다.
태용은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동료 가수들과 SM 관계자 그리고 팬들에게 감사 인했다.
그는 "SM 입사 후 연습생을 거쳐 데뷔할 때까지 저를 지켜봐 주신 분들이 모두 (콘서트에) 와주셨다. 좋은 어른들이 계셨기 때문에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조금이나마 나은 사람이 된 거 같아서 감사드린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앵콜곡 '롱 플라이트(Long Flight)'로 객석 곳곳을 오가고 팬들과 인사를 나눈 태용은 "여러분의 행복이 저의 행복이다. 제가 없을 때도 다들 잘 계시리라 믿는다"고 미리 작별 인사를 전했다.
이어 "(콘서트 하면서) 정말 재밌고 행복했다. 이렇게 토해낼 수 있는 공연이 10년이나 걸렸다. 또 언젠가 이런 공연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러분과 함께니까"라며 "더 좋은 사람, 안정적인 사람이 되어 무대에 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러분이 절 믿어주신다면 이런 무대 얼마든지 더 보여드리겠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한편 '티와이 트랙'을 성공리에 끝마친 태용은 26일 두 번째 미니앨범 '탭(TAP)'을 발표하고 컴백 활동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