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자기자본 늘리자"…유동성 위기에 영구채·우선주 발행하는 금융투자사들

2024-04-18 11:00
  • 글자크기 설정

금융상품이지만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 "부채 분류해야" 의견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연초부터 금융투자회사들이 신종자본증권(영구채)과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적극 발행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회사 순이익이 줄어들자 자본으로 잡히는 영구채와 RCPS로 자본 확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영구채와 RCPS는 회계상 자본으로 잡힙니다. 그러나 금융상품으로서 부채인지 자본인지 불명확하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초 들어 금융투자업계는 총 3680억원 규모의 만기 30년 영구채를 발행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13일 1900억원 영구채를 발행했습니다. 7년간 연 6.5%의 이자를 지급합니다. 7년 뒤부터는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 3.158%포인트를 가산한 뒤 조기상환 불발에 따른 스텝업 금리 2%포인트를 추가로 지불하는 조건입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모 회사인 메리츠금융지주도 영구채 2000억원어치를 발행했습니다.
 
지난달 21일 KB증권도 13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습니다. 발행 5년 뒤부터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고, 조기상황 불발 시 200bp(1bp=0.01%포인트) 금리가 추가로 붙습니다. 초기 발행 금리는 5.22%입니다. 전체 발행액 중 약 1000억원은 KB금융지주가 인수했습니다.
 
지난 27일 이지스자산운용도 유안타증권을 주관사로 48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습니다. 이 중 180억원어치는 발행 이후 1년6개월 뒤부터, 300억원은 2년 후부터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이자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스텝업 조건이 붙었습니다. 이지스운용이 발행한 영구채는 유안타증권을 비롯해 BNK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인수했습니다.
 
위 회사들이 영구채를 발행하는 이유는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서입니다. 회사채는 부채로 잡히지만 영구채로 분류되는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규모가 클수록 영위할 수 있는 사업 범위가 늘고 실적 개선을 위한 다각화에 유리해집니다. 일례로 자기자본 3조원을 넘겨야 부동산, 투자은행(IB), 인수금융 사업 등을 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 회계업계에서는 영구채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하다고 지적합니다. 금융상품으로서 부채로 분류하는 것이 맞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실제 2022년 11월 흥국생명이 중도상환을 포기하고 새 영구채 발행을 추진하다 채권시장에 큰 충격을 줬던 사건과 같이 후폭풍이 거세진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은 만기 1~5년짜리 채권으로 전락한 상태입니다. 영구채는 만기 때마다 회사의 뜻에 따라 상환하지 않고 30년씩 연장해나갈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영구채는 발행 회사에 만기 전 중도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가 있죠. 자본시장에서는 영구채 발행 회사가 중도상환일에 콜옵션 행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대부분 영구채는 중도상환일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금리가 급등하는 ‘스텝업’ 조건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회계업계와 신용평가사, 증권가에서는 중도상환이 실질적으로 강제되고 있고, 이행되어야 한다면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영구채 외에도 RCPS 역시 부채 대신 자본으로 잡힙니다. 금융투자업계의 예측과 달리 올해 대신증권은 RCPS를 발행했습니다. 
 
대신증권은 지난 21일 RCPS 437만2618주를 발행해 운영자금 2300억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을 준비하고 있는 대신증권은 자기자본 요건인 3조원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RCPS는 채권처럼 만기에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있는 주식입니다. 투자자는 상환권과 전환권 모두 선택할 수 있어 투자 수익을 높이기 좋습니다.
 
RCPS의 이점도 있지만, 자본의 질이 좋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RCPS 발행은 후순위채 성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RCPS는 차입금 성격이 있다”며 “영구채 등에 비해 자본의 질이 낮다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지난해 부동산PF 손실로 인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RCPS 발행을 계속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결산 사업보고서를 낸 증권사 5곳이 총 3145억원의 RCPS를 발행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가장 많은 RCPS를 발행한 증권사는 다올투자증권으로 약 962억원의 상환우선주를 발행했습니다. 이어 메리츠증권이 전환우선주로 944억원을 발행했고, 이베스트투자증권 865억원(전환우선주), 현대차증권 352억원(상환우선주), 흥국증권 217억원(전환우선주)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증권사 중 RCPS를 가장 많이 발행한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 등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지난해 적자 전환됐죠. 이후 다올은 자회사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우리은행에 매각, 480억원 규모의 RCPS를 발행하며 자본 확충부터 힘썼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