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울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만나 중국과의 관계는 위험이 아니라 기회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의 과잉 생산에 따른 시장 왜곡을 지적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독일에 서방의 중국 견제 노선에 동참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이다.
16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숄츠 총리와 회동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과 독일 사이에는 근본적인 이해 충돌이 없고, 서로의 안보에 위협되지 않는다. 양국의 협력은 쌍방에 유리하고 세계에도 유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인한 중국산 전기차·태양광 패널 과잉 생산 문제를 잇달아 지적한 것을 견제한 발언으로 보인다. EU는 이미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했으며 앞서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귀국 후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응해 관세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은 서방이 문제 삼고 있는 과잉 생산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은 전기차와 리튬 전지, 태양광 제품 등을 수출해 글로벌 공급망을 풍부하게 하고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전환에 거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숄츠 총리에 "우리는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는 것을 경계하고 시장의 눈높이와 세계의 시야를 견지하며, 경제 규칙에서 출발해 객관적·변증법적으로 생산능력 문제를 다뤄 더 많은 협력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숄츠 총리는 “독일은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하고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면서 “독일은 EU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EU와 중국의 양호한 관계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숄츠 총리는 이어 “독일과 중국이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각 분야의 양자 간 대화와 협력을 심화하며 교육문화 등 분야의 인문 교류를 촉진하는 것은 양국은 물론 세계에도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이날 양국 정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독일은 모두 유엔(UN)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준수하고, 핵무기 사용이나 평화적 핵시설 공격에 반대하며, 국제 식량 안보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면서 국제 인도주의법을 준수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충돌이 나선형으로 고조되거나 심지어 통제불능 상태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각 당사자는 조기 평화 회복에 힘써야 한다"면서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양측이 인정하고, 각자가 평등하게 참여하며, 모든 평화 방안이 공평하게 토론되는 국제회의를 제때 개최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