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추진에 제동이 걸렸던 서울 노원구 노후 재건축 단지들이 기존 집행부를 해임하거나 재구성하는 등 새 판 짜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사비 갈등과 분담금 급등으로 사업 차질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합 내홍이 일단 봉합 단계에 접어들게 됐지만 사업이 정상화 궤도에 오르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신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지난 13일 조합원 818명 중 412명이 참여한 가운데 임시총회를 열어 기존 조합 집행부 전원에 대한 해임 및 직무정지 안건을 가결했다.
이에 김사년 월계동신 재건축 입주예정자협의회장은 "기존 조합과 쓸데없는 소모전을 펼치지 않고 사업 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주 지연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이주비 대출이자 피해를 막고, 공사비 협상에 성공해 ‘분담금 폭탄’을 무효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전했다. 앞서 조합은 지난 3월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의 요구에 따라 3.3㎡당 공사비를 기존 540만원에서 657만원으로 올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
같은 날 상계2구역 조합도 총회를 열어 조합장 및 임원 전원에 대한 해임 및 직무정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조합은 지난해 9월 대우·동부건설 컨소시엄과 평당 공사비 595만원으로 합의했지만, 공사비 증액에 따른 추가 분담금 문제가 불거지며 지난해 12월 총회 때 관리처분계획안 수립에 실패했다.
노원구 최대 정비사업지로 꼽히는 상계주공5단지의 정비사업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도 13일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를 열어 사업시행계획안을 수립하고 2기 정비사업위원회를 구성했다. 상계주공5단지는 5억원에 달하는 추가 분담금이 예상되면서 지난해 11월 시공사 GS건설과 시공계약을 해지하고, 정비사업위원회 집행부 해임안건을 통과시켰다. 공사비가 올라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나면서 소유주와 조합 간 갈등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정부가 1·10 대책을 통해 안전진단 면제 등 재건축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며 노원구 재건축 단지들 기대감도 높아졌으나 공사비 폭등과 소형 면적 위주로 구성된 점, 높은 용적률 등으로 인한 사업성 한계에 부딪히며 사업이 대부분 표류했다. 이후 서울시가 지난달 말 '강북권 대개조' 등 사업성 낮은 지역의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노원구는 대표 수혜지역으로 다시 떠올랐다. 사업성 개선을 위해 허용용적률 인센티브 범위를 20~40%까지 확대하고 공공기여 부담을 낮추는 방안 등이 담겼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들 대책의 실효성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노원구 공인중개사는 "서울시의 강북 재건축 지원 발표 이후로도 뚜렷한 변화는 느끼기 어렵다"며 "오히려 총선 이후 정부가 기존에 내놓은 정책들이 추진력을 잃을까 우려된다. 사업성이 낮은데 추가 인센티브를 적용받지 못하면 재건축 성공까지 더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재건축 단지 시세도 꺾이고 있다. 상계주공14단지 전용 41㎡는 지난달 25일 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 3억원 후반대에 거래된 것에 비해 1억원 이상 떨어졌다. 월계동신 전용 91㎡도 지난 4일 5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2019년 이후 처음으로 6억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노원구 아파트 매물도 5828건(14일 기준)으로, 한 달 전 5283건보다 10.3%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