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이달 초 은행장들과 만나 건넨 말이다. 그간 미비했던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는 물론이고 앞으로 금융회사가 가져야 할 인식과 태도 등을 지적했다. ELS 대규모 손실 사태를 통해 소비자 보호 제도 자체를 보완하고, 은행의 근본적인 영업 행태와 소비자 보호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업계는 오는 7월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금융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반복되는 금융 사고를 막기 위해 금융회사 임원 개개인의 내부통제 업무와 범위를 세부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적용되는 은행들은 책무구조도 마련에 분주하다. 신한은행은 이미 2022년 말부터 책무구조도 준비에 착수했고, 지난해 관련 작업을 모두 완료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컨설팅·로펌의 자문을 받아 책무구조도를 준비하고 있고, 하나은행은 같은 해 12월부터 '책무구조도 등 지배구조법 개정 대응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올해 1월부터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와 '지역그룹 내부통제팀'을 신설했다.
다만, 이런 금융권 대응이 실제적인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행동일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당장 국민은행은 지난 10일 두 건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대구에서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에서 대출신청인의 소득을 과다 산정했고, 용인에서는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을 실제보다 높게 산정했다. 지난달 13일 배임 사고를 공시한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재차 사고가 터진 것이다. NH농협은행에서도 지난달 업무상 배임으로 109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2022년 우리은행 700억원 횡령, 지난해 경남은행 3000억원 횡령 등 반복되는 금융 사고 속에 금융당국은 매해 내부통제 개선을 강조했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금융사고 건수는 36건으로 전년 대비 4건 줄어드는 데 그쳤다.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이사회의 역할도 미미하다. 지난해 ELS 대규모 손실 위기에도 불구하고 KB금융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자신들 활동에 대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NH농협금융지주 리스크관리위원회 역시 스스로 최고 등급인 'S'를 매겼다. 아울러 주요 은행권 상임감사는 모두 금융감독원 출신이지만 감시보다는 소통 창구 기능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 제도도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실제 활용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ELS 사태 직후 은행들은 "당국에서 하라는 대로 다 했다"며 더욱 큰 목소리를 냈다. 당국은 선진화한 금융인프라를 해외에 수출하겠다고 홍보하지만 내부통제 리스크는 금융권이 국내 증시에서 저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다. 똑같은 실수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