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양산하는 12단 HBM3E D램을 AMD 신형 AI칩인 '인스팅트 MI350'에 공급한다. 당초 AMD는 올 하반기 MI350을 공개하고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AI 반도체 시장 경쟁이 격화함에 따라 2분기에 칩을 공개하고 하반기부터 양산하는 것으로 계획을 앞당겼다.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기 위한 검증 통과를 앞둔 상황에서 AMD에도 HBM3E를 공급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는 HBM3E 샘플 공급이 다소 늦어 1분기 말까지 (엔비디아·AMD 등과) HBM3E 성능 검증을 하고 2분기에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올해 말에는 SK하이닉스와 시장 점유율 격차를 좁히며 시장 경쟁 구도를 재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53%), 삼성전자(38%), 마이크론(9%) 순으로 알려졌다.
AI 모델을 학습하려면 처리장치와 D램이 쉬지 않고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 만큼 기존 D램보다 대역폭이 많이 늘어난 HBM이 전체 AI칩 성능을 좌우한다고 반도체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AI 반도체에 HBM3E를 적용하면 HBM3를 활용할 때와 비교해 AI 학습 속도는 평균 34% 빨라지며, AI 추론 서비스 규모는 11.5배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엔비디아는 처리장치 성능은 그대로 두고 D램만 HBM3에서 HBM3E로 교체한 신형 AI칩 H200(호퍼)을 올 상반기 시장에 투입하고, 칩렛 구조의 신형 처리장치와 HBM3E를 결합한 차세대 AI칩 B100(블랙웰)을 올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경쟁사인 AMD도 지난해 12월 공개한 MI300을 토대로 D램 성능만 강화한 MI350을 시장에 조기 투입해 엔비디아를 추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AI 반도체 시장에서 HBM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쟁사보다 D램 생산능력이 월등한 삼성전자가 시장 '캐스팅보트(결정권자)'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SK하이닉스 HBM은 엔비디아가 선매했고, 마이크론은 생산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고성능 HBM이 필요한 AI 반도체 기업은 삼성전자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국내 AI 반도체 기업인 리벨리온은 신형 AI칩인 '리벨'에 삼성전자 HBM3E를 탑재하기로 했다. 그동안 주로 마이크론 구형 HBM을 쓰던 인텔도 신형 AI칩용 HBM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크다. 폭증하는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엔비디아도 결국 삼성전자 HBM3E를 공급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트너사 공급에 관해 따로 확인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