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슈퍼 야당'이 탄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를 무려 3년이나 남기고 '의회 권력'을 야권에 내주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 세력이 총 192석을 얻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한 법안 단독 처리가 가능해졌고, 국회의장과 국회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본회의 의사 진행을 막는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도 중단할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이 단독으로 180석을 얻진 않았기 때문에 12석을 가진 조국혁신당과 협력이 필요하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른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최종 개표 결과 민주당이 지역구 161석과 비례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으로 총 175석을 확보했다.
민주당 의석과 진보당·새로운미래 각 1석,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2석을 합하면 189석에 달한다. 여기에 국민의힘에서 이탈한 개혁신당의 지역구 1석과 비례 2석을 합하면 192석이라는 거대한 '여권 견제 세력'이 완성됐다. 국민의힘에서 10석 정도 이탈표를 확보한다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을 무시하고 개헌도 가능한 숫자다.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 의사 진행을 막는 필리버스터도 중단시킬 기회도 얻었다. 필리버스터는 다수당 독주를 막기 위해 의사 진행을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를 통칭하는 의미다. 필리버스터도 180석 이상이 중단에 찬성하면 필리버스터가 시작되고 24시간 뒤에 강제로 종결시킬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이 단독으로 180석 이상(비례 포함)을 확보한 이번 국회와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 범야권 정당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비례 포함 175석)이 진보당(1석)과 새로운미래(1석) 도움을 받아도 180석이 안 된다. 민주당은 다음 국회에서 안건을 처리할 때 조국혁신당 12명 동의가 필요하다. 일각에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조국혁신당과 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22대 총선 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조국혁신당과 관계 설정 논의'에 대해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아직 (조국혁신당과 관계 설정이) 결정된 건 아니고,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차기 대권 등을 겨냥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간에 주도권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이 대표와 조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어 기본적으로 협력하는 관계"라면서도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를 꾸리느냐에 따라 관계 설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국혁신당은 소수 정당 등과 힘을 합쳐 원내 교섭단체를 꾸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교섭단체는 20석 기준이다. 조 대표는 민주당과 합당하진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해왔다. 이에 민주당 내 친문(문재인) 의원 일부가 탈당해 조국혁신당에 합류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소위 '의원 꿔주기'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유지를 위해 새천년민주당 소속 의원 일부가 자민련으로 당적을 이동한 사례가 있다.
다만 조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변수로 꼽힌다. 조 대표는 현재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청와대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고 대법원 3심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조 대표가 대법원에서도 실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조국혁신당이 지금과 같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