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빠의 핀스토리] "누구든지 당일 대출됩니다"···만연한 작업대출 유혹

2024-04-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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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SNS 등에서 작업대출 홍보물·사이트 찾기 쉬워

피해자 대출금 50% 갈취···가로채고 잠적하는 경우도

위·변조한 서류로 사업자대출 받아 주담대 상환도 흔해

명백한 불법 행위···금융당국, 작업대출 조사 범위 확대

사진 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과 개별 금융기관의 엄격한 심사에도 불구하고 소위 '작업대출' 관행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새마을금고를 통해 작업대출을 한 의혹이 드러나면서 세간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 곳곳에서 작업대출 관련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수면 아래 감춰진 피해 규모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작업대출은 대출 브로커 등을 통해 신용등급이나 소득서류 등을 위·변조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불가능한 대출을 받게 해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사기의 일종으로 신용불량자나 장기연체자, 무소득자 등 급전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다급함을 이용합니다. 여기에 필요 서류 등을 조작해 사업을 영위하지 않으면서도 사업자대출을 이용해 주목적과는 상관 없이 주택 구매 자금 등으로 우회 활용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작업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된 범죄 대상이 되곤 합니다. 곧장 네이버나 구글 등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서 작업대출을 검색하면 금융소비자를 유혹하는 사이트와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작업대출 홍보 사이트에서는 '신속하고 안전한 대출', '업계 최저 수수료·신속대출·안전 저금리' 등 금융회사에서나 볼 법한 수식어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대 4000만원까지 당일 승인 100% 보장', '20년 경력 무사고 작업대출' 등 구체적인 숫자가 제시되기도 합니다.
 
작업대출 홍보 선전 문구 사진 홈페이지 갈무리
작업대출 홍보 선전 문구. [사진=SNS 갈무리]
대출 브로커가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 네이버 카페에서는 소득 증빙을 하지 않고도 2000만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는 글이 올라오자 "얼른 상담을 받아봐야겠다", "(브로커에게) 다른 상품을 문의해야겠다"라는 댓글도 달리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업대출 성공 후기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8등급이나 당일 대출도 가능하다고 현혹하는데, 급하게 돈이 필요한 소비자들은 덜컥 이런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해당 브로커 집단은 조직적으로 운영됩니다. 이들은 대개 홍보책으로서 작업대출로 끌어들이는 업자와 서류를 조작하는 업자, 통장을 개설해 주는 업자 등이 팀을 이룹니다. 이들은 피해자를 신용정보 조회가 가능한 사이트에 가입시킨 뒤 대출 가능 여부를 파악해 서류 조작을 시도합니다. 예컨대 피해자가 무직자인 경우 미리 섭외해 둔 업체를 통해 거짓된 수개월 치의 급여명세서를 만들고, 보험 등의 서류를 올립니다. 이후 대출이 나오면 브로커 집단은 적게는 25%부터 많게는 절반이 넘는 대출금을 떼어갑니다. 불법으로 대출이 이뤄지다보니 받은 대출금을 고스란히 훔치고 도망가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용도에 맞지 않은 대출로 유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용도 외 유용' 사례 중에서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례가 개인사업자대출을 주택구입자금으로 우회해 이용하는 경우입니다. 위조된 서류로 사업자대출을 받아 기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상환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2년 SBI·OK·페퍼·애큐온·OSB저축은행 등 5개 저축은행에 대해 현장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때 1조2000억원 규모의 사업자 주담대가 부당취급된 사실을 확인했는데, 사업자대출을 받아 기존 가계 주담대를 먼저 상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진 홈페이지 갈무리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작업대출 홍보용 후기 예시. [사진= SNS 갈무리]

사업자 주담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가계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개인이 빌릴 수 있는 한도보다 더욱 많은 부당대출을 이용합니다. 양문석 후보의 사례는 주택 구입에 사용된 대부업체 가계 주담대를 저축은행의 사업자 주담대로 대환하는 과정에서 서류를 위·변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작업대출은 명백한 불법 행위입니다. 작업대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문서·사문서 위·변조 △사기·사기방조 △본인 명의의 통장, 카드 등을 타인에게 양도·대여(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타인 통신용으로 제공(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또 적발 시 받은 대출금을 즉시 상환해야 하고, 대출을 받은 금융회사로부터 민사 손해배상 소송 청구를 당할 수 있습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양문석 후보의 편법·불법대출 의혹 사례로 다수의 작업대출 행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작업대출 조사를 전국 1200여개 새마을금고 대상으로 검사 범위를 넓혔습니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은 물론, 제2금융권까지 조사를 검토하는 등 금융권을 더욱 압박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자체 검사 이후 결과를 내놓겠다면서 의심 규모·건수가 많은 곳은 직접 조사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친 상황입니다. 추후 작업대출 사례가 다수 포착돼 업계 후폭풍이 거세질 조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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