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축소, 충천 인프라 부족,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전기차의 ‘캐즘(일시적인 성장 침체기)’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대응해 완성차 업계가 하이브리드(HEV) 차량과 수출 다변화 등 ‘투트랙’ 카드를 꺼내들었다. 차량 제조사들은 기존 차량에 HEV 라인업을 확대하고,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에 적극 진출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2024 CEO 인베스터 데이(CEO Investor Day)’를 열고 HEV 차종 라인업 강화와 신흥국 시장 공략 강화를 골자로 한 2030년 중장기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HEV는 올해 6개에서 2026년 8개, 2028년 9개로 늘리고, 이 기간 판매량도 13만1000대에서 58만7000대로 6년간 348.1%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현재 12%(37만2000대) 수준인 HEV 비중을 2028년에는 19%(80만대)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도 하이브리드 전략을 강화한 신차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는 지난달 다목적 차량(MPV)인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모델을 처음 출시한 데 이어 연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 2세대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제조공장에서 당초 계획했던 순수 전기차 독점 생산 계획을 수정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무한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해외 딜러사의 요청 등을 고려해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가 개발하는 하이브리드는 후륜구동용 2.5L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개발에 성공할 경우 출시 시기는 2026년께로 예상된다.
사명 변경과 함께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마친 르노코리아는 하반기 전략으로 하이브리드 차량을 강조하고 있다. 오는 6월 부산에서 열리는 모빌리티쇼에 참여해 중국 지리그룹과 합작한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신차를 공개할 예정이다. 신차는 하이브리드 중형 SUV로, 이후 크기가 더 큰 '오로라 2'도 하이브리드로 개발해 출시한다.
KG모빌리티(KGM)도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중형 SUV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한다. 중국 완성차 업체 BYD와 '차세대 HEV 시스템 공동개발 협약'을 맺고 현지에서 하이브리드 전용 배터리, 엔진 통합형 모터 시스템을 공동 개발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최대 장점은 연비가 높고, 충전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이라며 "하이브리드 우위 시장이 최소 5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각 사마다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