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물류 중심이 '바다'가 아닌 '하늘'로 바뀌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부터 홍해의 수에즈 운하를 대상으로 한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상선들이 다른 노선을 택하면서 운송 기간이 늘자, 차라리 '항공 운송'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홍해를 지나는 해상운송 대신 항공 화물량과 운임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에즈 운하가 있는 홍해에서는 지난해 중반부터 후티 반군 등이 이곳을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이에 가장 단거리였던 수에즈운하 항로 대신 해적이 없는 북극항로 등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하거나, 아예 항공운송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홍해의 수에즈 운하는 세계 교역로의 중심지였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 무역의 약 28%가 수에즈 운하를 지난다. 이 중 30%는 가구, 가정용품, 의료이고, 컴퓨터, TV 등 여러 가전제품도 이곳을 통해 운반된다. CNBC에 따르면 후티 반군 등의 공격을 피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주변으로 우회하면 수에즈 운하 통과 시보다 1~2주 운행 기간이 길어진다고 한다. 이 노선을 통하는 것보단 차라리 항공 화물을 택한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상선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5% 줄었다.
해상 운송은 해적 공격에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예멘에 본거지를 둔 후티 반군은 헬리콥터와 미사일, 드론을 이용해 지나가는 상선을 공격하고 있다. 해상 운송사들은 홍해와 아프리카 연안을 지나는 노선 대신 북극해 등 멀리 돌아가는 대안 노선을 택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국가들이 반군에 대해 반격하고 있으나 지난 2달간 이 지역을 지나는 상선에서는 내 선원은 후티 반군 공격에 사망했다.
후티 반군의 위협 때문에 운임이 비싼 '항공'을 울며 겨자 먹기로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항공 운송은 해상보다 훨씬 비싸다. 화물량이 늘면서 항공 운임도 더 비싸졌다. 제네타는 지난 3월 항공 화물 운송에 대한 전 세계 평균 운임이 한 달 전보다 7% 오른 킬로그램당 2.43달러라고 밝혔다. 물류 전문가들은 물류 전반을 '항공'에 의존하는 테무, 셰인 등 아시아 전자상거래 업체의 물량이 많아서 항공 운임이 더 오른다고 WSJ에 전했다.
그럼에도 운송 속도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항공'을 택하고 있다. WSJ은 후티 반군으로 인해 해양 운송 기간이 길어지면서 테슬라와 볼보자동차 등은 부품이 부족해 지난 1월 일부 공장의 생산을 멈췄다고 전했다. 화물 운송업체 세코 로지스틱스의 최고상업책임자(CCO) 브라이언 브루크는 WSJ에 제조업체들이 "생산 일정을 맞추고 공장을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 우선순위가 높은 물품 운송을 '해상' 대신 '항공' 운송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