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매파도 유가 급등세를 못 잡았다. '초매파'로 통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연내 금리 인하에 의문을 제기하며 매의 날개를 활짝 펼쳤지만, 유가는 보란 듯 날뛰었다.
4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전장 대비 1.30달러(1.45%) 뛴 배럴당 90.65달러에 마감하며, 5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선을 돌파했다.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전장보다 1.16달러(1.36%) 오른 배럴당 86.59 달러로,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카시카리 총재가 연내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며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지만, 유가의 오름세를 막진 못했다. 그는 이날 한 행사에서 “나는 3월에 인플레이션이 2% 목표치를 향해 지속해서 하락한다면, 올해 금리 인하가 2회 적절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만일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한다면 우리가 금리를 낮춰야 할지에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1월과 2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다소 걱정스럽다"고 강조하며, 물가가 2%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흐름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올해 투표권은 없으나, 연준 인사들의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연준의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팽팽한 지정학적 긴장에 무게를 두면서 유가 매수세에 불이 붙었다. 이스라엘의 이란 영사관 공격으로 중동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데다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습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줄어들었다. 두 개의 전쟁이 한동안 주춤했던 유가를 밀어 올린 것이다.
여름 드라이빙 시즌을 앞두고 휘발유 가격이 오르는 점은 미국 경제에 부담이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이날 기준으로 갤런당 평균 3.57달러를 찍으며, 지난해 10월 18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휘발유 평균가는 올해 들어 15%나 올랐다. 현재 미국 휘발유 재고가 최근 5년 이래 가장 적은 점을 감안하면, 이동이 활발한 휴가철에 휘발유값이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월가 내 유가 강세론자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스탠다트차타드의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인 폴 호스넬은 브렌트유가 이번 분기에 배럴당 94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여름께 배럴당 9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여행이 활발해지면서 제트 연료 수요가 치솟은 점, 해운회사들이 홍해를 피해 아프리카 남단을 항해하면서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하는 점 역시 유가에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유가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흘러들어가 연준의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