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300달러(약 310만원)를 돌파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전반적인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며 큰 틀에서 금리 인하 기조를 확인한 점이 금 매수세를 부추겼다. 불확실한 국제 정세와 사그라지지 않는 인플레이션 흐름도 전통적인 안전 자산인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을 키우고 있다.
파월 "상황 안 바뀌어"···금 매수 불티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장 대비 33.2달러(1.5%) 오른 온스당 2315.0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300달러 선을 돌파했다.미·중 긴장, 이·팔 전쟁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 인플레이션 강세 등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을 키웠다. 미국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금 매수세에 불을 지폈다. 통상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은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날 파월 의장이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최근 데이터(예상치를 웃돈 1·2월 물가 지표)는 전반적인 상황을 실질적으로 바꾸지 않았다”고 언급한 점이 금 랠리를 부추겼다. 그는 특유의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견조한 경제성장, 강력하지만 균형 잡힌 노동시장, 때때로 울퉁불퉁하되 2%로 수렴하는 물가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금속 트레이더 타이 웡은 “파월이 (금리 인하) 경로의 ‘울퉁불퉁함’이 전반적인 장밋빛 그림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후 거래량이 늘면서 금값이 사상 최고치로 급등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투자자들은 고용 시장 강세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부문이 약세를 보인 점에 다소 안도했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4로 전달(52.6)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52.7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다.
지정학적 긴장 속에 세계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들이는 점도 상승 요인이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은 2월에 19톤(t)을 순매수하는 등 금 보유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다만, 금 상장지수펀드(ETF) 인기는 시들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금 ETF 보유액은 연초 대비 100톤 넘게 감소하며 2019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연준 내 불협화음···통화정책 불확실성 가중
파월 의장은 이날 “최근 인플레이션 수치가 단순히 일시적으로 튀어 오른 것 이상으로 의미가 있는지를 파악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2%까지 하락할 것이란 확신이 더 들 때까지 정책 금리를 낮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 통화정책이 긴축적이지 않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 등 인플레이션 하락에 확신을 나타냈다.그러나 연준 고위 인사 간에 의견이 엇갈리며 통화정책 향방은 안갯속이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인하가 올해 4분기에나 한 차례 가능할 것으로 봤다.
연준 내 2인자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최근 “정책 금리를 급히 낮출 필요가 없다는 내 견해는 더욱 강화됐다”며 “금리를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현재의 긴축적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 아디트야 바베와 마이클 가펜은 “연준 내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인 파월과 월러를 제외하고도 고위 인사 간에 의견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