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9조6299억원으로 집계됐다. 7거래일 만에 7조6000여억원이 불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으로,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기성 자금이다.
또 다른 대기성 자금으로 꼽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지난 1일 81조9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CMA는 고객이 맡긴 돈을 증권사가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운용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의 피난처로 알려져 있다.
대기성 자금이 급증한 건 투자자들의 현금이 많아졌지만 갈 곳은 잃었기 때문이다. 개인은 지난 2월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4120억원, 3월 6조58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14조원 넘게 처분했다. 개인이 주로 매도한 건 현대차와 삼성전자다. 2월엔 현대차 주식을 2조2135억원, 3월엔 삼성전자를 4조7483억원어치 내다 팔았다. 현대차의 2월 수익률은 31.84%, 삼성전자의 3월 수익률은 12.57%다.
증시 대기 자금 증가와 투자자들의 뚜렷한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 모습은 증시 추가 상승에 대해 고민이 깊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자율성에 기댄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에 대한 불신과 저항선인 2800대에 가까워진 증시가 상승을 지속할지 불확실하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권고 형식인 밸류업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비판에 정부가 주주환원 확대 기업과 이에 투자한 주주에 대해 법인세와 배당소득세를 인하해주겠다고 했지만 시장에선 총선용 카드인지 확인하려는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밸류업 정책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견해와 총선 결과에 따라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의 법인세·배당소득세 경감 카드는 모두 법 개정 사안이어서 국회 논의가 필수적이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된 점 역시 투자자 판단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가 견조하다는 지표가 나오면서 오는 6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시장 전문가들 역시 엇갈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2분기에도 주식시장이 이익 모멘텀에 힘입어 상승할 것이란 전망과 높아진 이익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주가가 부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과 IT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이익 모멘텀 형성을 우호적으로 판단한다"며 "버블 진입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지만 그 과열은 무분별하기보다 기업 이익 개선에 기반을 둔 이성적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스크는 다양하지만 주식시장에서 가장 부담인 것은 많이 오른 주가 레벨"이라며 "금리 인하 시작 후 추가 인하가 빠르지 않을 것이고 경제도 기대와 달리 실상은 그리 강하지는 않을 수 있는 점은 걱정스럽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