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세 2개월 29일의 나이에 마스터스를 정복한 그의 이름은 벤 크렌쇼. 그는 그린 재킷(마스터스 우승 부상)을 입고 "이번 주는 정말 감동적이다. 나에게는 15번째 클럽이 있다. 그것은 하비 페닉이다. 페닉이 없었으면 나와 우승도 없었다"고 말했다.
프로골퍼는 규정상 14개의 클럽을 들고 다닌다. 15번째 클럽이라는 것은 그만큼 소중하고 듬직한 존재라는 것이다.
크렌쇼는 페닉의 제자다. 마스터스를 앞둔 페닉은 크렌쇼를 자주 찾아 도움을 요청했는데, 페닉은 당시 와병 중이었음에도 크렌쇼에게 "퍼터를 가져오라"고 할 정도로 가르침에 열정을 보였다. 1995년 4월 2일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도.
크렌쇼는 페닉의 장례를 치르고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크렌쇼는 마스터스 우승 당시 예민하고 어렵기로 유명한 L자 퍼터를 쥐고 있었다. 나흘 내내 3퍼트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골프는 8세 때 오스틴 컨트리클럽에서 시작했다. 텍사스대 골프 코치를 거쳐 1932년부터는 톰 카이트, 크렌쇼, 미키 라이트, 베스티 롤스 등 유명 프로골퍼를 가르쳤다.
작가로 활동한 것은 1992년부터다. 선수들을 가르치던 경험을 살려 <리틀 레드 북>을 공동 집필했다. 이 책은 골프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남았다. 그가 쓰던 나머지 세 권은 사후에 발간됐다.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은 2002년이다. 페닉의 또 다른 제자인 카이트는 "페닉은 자주 '테이크 데드 에임'이라고 말했다. 오직 목표만을 생각하라는 그의 가르침"이라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