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업체 라피더스에 5900억엔(약 5조2639억원)의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고 2일 닛케이 아시아,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이 내주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 협력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본의 반도체 공급망 투자가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보조금 중 약 535억엔은 최근 중요성이 높아지는 첨단 패키징 등 후공정 분야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라피더스는 현재까지 반도체 성능 개선을 위해 보다 작은 회로를 개발하는데 주력했으나 이러한 방식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첨단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에 사용되는 적층(칩을 쌓는 기술) 및 서로 다른 칩을 조합하는 칩렛 기술 등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모습이다.
2022년 11월 토요타, 소니, 키옥시아 등 일본 주요 대기업 8곳이 '일본 반도체 산업 재부흥'을 목표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해 설립한 라피더스는 미국 IBM 및 아이멕과 손잡고 2027년부터 2나노 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현재까지 일본 정부로부터 3300억엔의 보조금을 받은 가운데, 이번 보조금까지 더하면 총 보조금 규모는 9200억 위안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일본 정부는 미·중 경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자원을 쏟아붓다시피 하고 있다. 이에 일본 구마모토에 설립된 TSMC 제1공장에는 4760억엔의 보조금을 배정한 데 이어, 제2공장에는 그보다 훨씬 늘어난 7320억엔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상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있을 정상회담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반도체 조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는 범용 반도체에 있어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자국 내 생산 반도체 사용 비중을 늘리겠다는 내용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공동성명에는 "같은 뜻을 각진 국가들과 협력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문구가 삽입될 예정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범용 반도체는 첨단 반도체에 비해서는 성능이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여러 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에 현재 대중 첨단 반도체 제재를 실행 중인 미국은 중국의 범용 반도체 생산 능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작년 3월 미국 리서치 기관 로디움 그룹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은 50~180㎚(나노미터) 수준의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첨단 반도체뿐 아니라 구형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중국이 이를 경제적 강압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